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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인공지능…'운전자는 누구?' 보험사 고민

  • 2016.03.11(금) 09:30

자율주행차 도로 운행 허가…제도 정비 논의 시급
미국에선 구글 인공지능시스템도 '운전자'로 인정

알파고는 바둑 기사일까? 최정상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상대로 2연승을 한 알파고를 두고 많은 이의 관심이 '인간을 뛰어넘은 기계(인공지능·AI)'에 쏠리고 있다. '인간의 영역'이라고 자신했던 바둑조차 기계에 자리를 내줘야 하느냐는 두려운 시선이다. 알파고가 '인간'을 위협하는 '기계'의 대표주자 격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인공지능 기술인 '무인 자율주행차'는 조금 다른 방향의 논쟁을 촉발한다. 바둑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상대와 '두뇌 싸움'을 하면 되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경우 인간의 생활에 훨씬 더 밀접해 있다. 이 영역에선 무인차가 인간보다 운전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신 자율주행차를 과연 '운전자'로 인정해야 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낸 사고의 '책임' 문제는 자연스럽게 보험권에도 질문을 던진다. 누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자율주행차를 운전자로 인정한다면 보험료도 '차량'이 내는 게 맞다. 즉, 차를 만든 회사가 보험에 가입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반대로 차량의 소유자인 탑승자에게 책임을 묻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운전을 하진 않았지만, 운전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에선 이런 논의가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자율주행차의 도로 운행을 허가하면서 이제 막 논의가 이뤄지려는 분위기다. 정부는 자율주행차의 완전 상용화 시점을 203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우선 사고가 났을 때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부터 논의가 필요하다. '자동차 손해배상 보상법'에 따르면 교통사고 발생의 책임 주체는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이다. 이를 차량 소유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차량을 만든 회사로 볼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일단 당분간은 차량 소유주가 책임을 져야 할 듯하다. 아직은 자율주행차의 기능이 운전자의 운전을 보조하는 정도에 국한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면 자율 주행차가 이를 판단해 갓길로 차를 세우는 등의 기능이다.

탑승자가 운전대에서 완전 손을 놓고 '기계'에게 운전을 맡기는 수준에 도달하면 제조사 책임의 무게가 커진다. 관련 논의를 먼저 시작한 미국에선 제조사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달 "인공지능이 인간 운전자와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 구글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시스템도 운전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문제가 이런 이분법으로 쉽게 끝나진 않는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제대로 작동했지만, 차량 소유주가 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한 오작동이 사고의 원인이라면 어떨까? 아무리 기계의 능력이 높아지더라도 차량 소유주의 책임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자동차 회사가 사실상 보험료를 차값에 포함하는 경우, 이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보험 산업에 미치는 영향, 윤리적·법적 문제 등 논의해야 할 것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교통사고가 줄어들면 자동차보험 산업이 급격하게 축소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무인 자동차의 개발로 인해 가입자의 요구사항이 줄고 그만큼 (보험 가입에 대한) 프리미엄이 줄면서 영국 보험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교통안전 향상은 오히려 보험료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자동차보험 시장의 정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자동차 관련 제도가 향후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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