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제동이나 급가속, 운전 시간대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운전자 습관 연계보험(UBI·usage-based insur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지속할 전망이어서 UBI보험 같은 특화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당장 우리나라에선 할인 폭이 작고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 온라인 시장 후발 주자 동부화재의 '히든카드(?)'
국내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UBI 상품을 내놓는 업체는 동부화재다. 동부화재는 SKT와 손잡고 UBI를 통해 최대 5%까지 할인받는 상품을 내달 출시할 계획이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UBI라는 '히든카드'를 꺼낸 모양새다.
동부화재는 내달 전화나 설계사를 통한 상품보다 10%가량 저렴한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상품을 내놓는다. 여기에 블랙박스·마일리지 특약을 추가하고, UBI까지 신청하면 최대 40%까지 저렴한 보험료가 가능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부화재는 UBI 상품을 통해 '우량 고객'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UBI 상품 가입자는 아무래도 운전습관이 좋은 고객들이 가입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을 잡아 손해율을 낮추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 "동부화재 '시장 선점'…UBI보험 5년 내 대세"
동부화재의 UBI 상품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동부화재가 시장을 선점하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3일 "동부화재의 경우 T맵과 UBI보험을 출시한 이후 6개월간 독점 계약하기로 해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며 "T맵은 월 사용자 800만 명 점유율로 업계 1위이고, 이미 고객의 운전정보가 집적돼 있어 추가 장치 설치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 KT의 UBI보험 상품. KT 제공 |
실제 동부화재 상품에 추가 장치 설치가 필요 없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KT가 흥국화재, 메리츠화재와 준비하고 있는 UBI 상품의 경우 OBD(차량운행기록)라는 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이 장치를 통한 정보 축적을 위해 체험단을 모집 중이지만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UBI보험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의 68%가 UBI 보험시장의 활성화 시점을 5년 이내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영국의 UBI보험 판매 건수는 2009년 1만2000건에서 2012년 18만 건으로 급증했다"며 "2020년 자동차보험 시장의 40%를 차지하리라는 전망도 있다"고 소개했다.
◇ "아직 할인율 낮고…정보 제공 거부감도"
반면 업계에선 UBI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일단 본인의 운전습관 등의 정보가 기록된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벽이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운전이 모니터 되는 것이 괜찮냐는 질문에 아니라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26%는 모니터를 허용할 수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27%는 할인율에 따라 허용하겠다고 했다.
▲ 소비자가 원하는 UBI 보험료 할인율. 메리츠종금증권 제공 |
적정 할인율도 문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할인율은 대부분 10~20%가량인데, 동부화재 상품의 경우 UBI의 할인율은 5%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습관이 나쁘다고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막혀 있고, 할인만 가능해 할인율 책정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가 OBD 장치 설치 체험단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동부화재의 경우 기존의 T맵을 쓴다는 장점이 있지만, T맵은 운전습관 파악이 더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시장 경쟁에서 당분간 UBI보험의 영향력은 크지 않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