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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실손보험 개선 공언…아직 요란한 빈 수레

  • 2016.03.29(화) 16:54

금감원의 '일제 점검' 공언했지만 현실적 한계
오랜 기간 복잡하게 꼬인 매듭…아직은 먼 길

"실손의료보험의 도덕적 해이 및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요인을 일제 점검해 개선하겠다."

금융감독원이 29일 발표한 '국민 체감 20대 금융 관행 개혁'안 중  다섯 번째 과제는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이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보험료 인상 요인을 '일제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장 안팎에선 조만간 불합리한 관행들이 개선되리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담당 영역에 속한 금융사들에 '요청'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면 되는 다른 과제들과는 달리,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금융당국의 힘만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문제는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오랜 기간 풀지 못하고 있는 과제다.

 

▲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추진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보험료 인상 요인 점검…구체적 계획은 '아직'

금감원은 이번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제 점검'이라는 '단호한' 표현을 썼지만, 이해관계자들과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라던가 논의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 관계자는 "큰 틀의 방향성을 언급한 것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며 "금융위,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해 계획을 만들어 상반기 전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일제 점검이란 표현에 대해선 "보험료 인상 요인을 파악하겠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사실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요인 분석은 이미 어느 정도 연구가 이뤄졌다. 얼마 전 보험개발원도 이와 관련한 통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일부 병원과 환자들이 과잉진료를 하면서 손해율이 올라가고, 보험사들은 이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 실손보험료 인상, 과잉진료 탓만 있나요?

 

게다가 금감원이 당장 점검할 수 있는 것은 보험 권역에 제한된다. 실손의료보험 문제는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합의하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머리를 맞대 서로 양보하는 등의 '타협'안을 내놔야 하는 난제다. 금감원이 당장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 의료계 반발 부닥친 '실손보험 간편 청구'

실손의료보험제도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방안이 이런 이유로 '허사'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실손의료보험 '간편 청구' 방안에 대한 논의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간편 청구 방안이란 환자가 직접 보험사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은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 내용 관련 서류를 일일이 떼서 보험사에 청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보험금 신청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환자가 진료를 받은 뒤 병원에 설치된 전산 시스템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 등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의료계에선 진료기록을 제삼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고, 병원이 보험금을 직접 받는 부담을 떠안을 이유도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이 방안이 결국 비급여 진료 항목의 표준화를 통한 의료비 통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 방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추가 비용이 드는 데다, 보험금 청구 포기가 줄어들면 보험사들에도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보험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악화하는 여론에 이런저런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공식적인 협의체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 등을 큰 틀의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으면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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