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은 최근 짧은 보고서를 하나 내놨다. 의료계(건강보험공단)와 시민단체들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사실 80~90%라며 보험사들을 비판하는 것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논쟁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다.
◇ 양측의 계산법은 달랐다
먼저 알아둬야 할 점은 손해율의 계산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손해율 계산법은 세 가지다. ▲ 보험사들이 내놓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계산법(보험사 방식) ▲ 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계산법(건보공단 방식) ▲ 보험연구원이 건보공단에 반박해 내놓은 계산법(합산 방식)이다.
'보험사 방식'에선 분자와 분모 모두에서 사업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고 계산한다. '건보공단 방식'은 분모에만 사업비에 해당하는 금액(부가보험료)을 추가한다. '합산 방식'은 분자에도 사업비를 포함한다. 계산법이 다르니 50%포인트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산출 방식 비교. 보험연구원. |
◇ 정답은 없고 기준은 다르고
세 가지 계산법 중 어떤 게 합당할까? 정답은 없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계산에서 사업비를 뺀 것은 실손의료보험의 '과거' 때문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단독 상품도 있는 지금과 달리 2013년 전엔 다른 보험 상품에 특약으로만 끼워 팔던 상품이었다. 또 지금은 1년 갱신형인데 과거에는 3~5년마다 갱신하는 상품이었다. 다른 상품에 끼워 파는 데다가 오랜 기간 유지하는 상품이니 사업비를 제대로 책정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품엔 주로 '보험사 방식'을 쓴다.
'건보공단 방식'은 통상 단독 상품이면서 1년 단위 갱신을 하는 상품에 쓰는 계산법이다. 실제 미국에선 실손의료보험에 이런 계산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단독이면서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이 계산법을 적용한다. 다만 이 계산법을 쓰면 100%가 손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업비가 분자에만 들어가 있어서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사의 손익을 따지는 기준을 100%가 아닌 77% 정도로 보고 있다.
결국, 건보공단 방식은 손익 기준이 100%가 아닌 계산법인데 손익 기준 100%의 계산 결과와 비교하는 '혼란'을 초래했다.
그래서 나온 게 '합산 방식'이다. 분자 분모 모두에 사업비 관련 항목을 넣는 방식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의 2014년 기준 손해율은 88.5%이지만 이를 근거로 보험사가 이익을 봤다고 하지는 않는다"며 "(분자에) 사업비 지출금액을 포함하면 108.3%로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사업비' 책정에 따라 달라지는 손해율
결국 핵심은 '사업비'다. 보험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또 다른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사 방식'의 경우 특약과 단독 상품 모두를 합해 계산했지만, '건보공단 방식'에는 단독 상품만 적용했다. '건보공단 방식'의 계산에는 사업비 항목이 들어가야 하는데, 특약 상품의 경우 다른 주계약과 섞여 있어 사업비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결국 '건보공단 방식' 계산에는 전체 실손보험에서 10%에 불과한 단독상품만을 적용했다. 보험연구원은 건보공단 방식으로 계산해도 손해율이 80%가 아닌 102%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보험사들이 내놓은 손해율이 불명확했다는 역설적인 결론을 끌어내기도 한다. 특약 형태로 팔아 상품이 섞여 있고 이에 따라 사업비를 알 수 없다면서, 그동안 같은 영역인 부가보험료(사업비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특정해온 셈이기 때문이다. 손해율 계산은 보험사가 부가보험료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비에 해당하는 부가보험료 책정 비율을 공개하는 곳은 어느 나라도 없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회사마다 책정 비율을 다 다르게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