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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결국 법정관리…6조원 허공으로

  • 2016.05.25(수) 15:32

이달말 부도 불가피, 다음주 법정관리 신청
STX중공업과 STX 동반 회생절차 등도 검토

결국 채권단이 비싼 수업료를 물게 됐다. STX조선해양이 다음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는다. 지난 2013년 4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지 3년만이다. 

채권단이 STX조선에 쏟아부은 돈만 4조 5000억원이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되면 채권은행의 추가 충당금 부담은 2조원이 넘고 선수금환급보증(RG)에 따라 선수금도 물어줘야 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정부와 채권단의 원칙 없는 구조조정이 결국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부도가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450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던 산업은행의 잘못된 업황 예측 역시 구조조정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슷한 시기 추가로 7200억원을 쏟아부은 성동조선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 이달말 부도 임박해서야 법정관리

산업은행은 25일 오전 STX조선 채권금융기관 실무자회의를 열고 자율협약 중인 STX조선의 회생절차 전환을 논의했다. 특히 외부전문기관의 실사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이달 말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 더는 자율협약을 통한 지원이 힘든 것으로 판단했다. 이르면 이번주 금요일 회생절차 전환 안건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부의한 후 다음주 초 결의할 계획이다. 결의가 끝나는대로 이달말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체제에서 오는 2017년까지 수주 선박 건조 등에 필요한 부족자금은 7000억~1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신규 수주가 없는 상태에서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할 경우 부족 자금 규모 확대는 물론이고 정상 건조도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게다가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 청구 관련 가압류 및 국내 집행을 추진하면서 공정 중단 가능성도 커졌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 자금사정을 고려할 때 5월말 도래하는 결제자금의 정상 결제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주채권은행은 신규 수주 불가, 부족자금 지속 증가, 해외선주사의 가압류 증가 등 조선사로서의 계속 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 등으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6조원 물린 채권단…STX중공업·STX 동반 회생절차 가능성도
 
STX조선이 회생절차로 전환함에 따라 기존 관계사인 STX조선과 (주)STX의 동반 회생절차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STX중공업은 STX조선 매출 의존도가 높고 STX는 STX조선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대한 이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처리방안도 신속히 수립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은 물론이고 STX관계사의 동반 회생절차 때 국내 은행의 추가 손실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추가 손실의 대부분은 STX조선에 대한 추가 충당금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은 충당금을 100%까지 쌓아야 한다. 은행은 여신 건전성에 따라 ▲정상(0.85%) ▲요주의(7%) ▲고정(20%)▲회수의문(50%) ▲추정손실(100%) 등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STX조선 익스포져(위험노출액) 1조2500억원을 고정으로 분류, 절반 가량인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은행은 회수의문으로 분류, 1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6000억원 가량을 쌓았다. 익스포져가 가장 많은 산업은행은 고정으로 분류한 상태다. 1조원 대의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다. 


◇ 원칙없는 구조조정, 손실 키웠다

결국 산업은행과 정부의 원칙 없는 기업 구조조정과 무능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2013년 자율협약 추진 당시 채권은행 안팎에선 대규모 신규 자금이 들어가는 자율협약 대신에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차라리 당시 선수금을 물어주더라도 손실을 확정지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STX조선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리한 확장전략을 펴면서 저가수주와 선수금 돌려막기로 버텨왔다.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저가수주와 선수금 돌려막기를 못하게 막고, 군함 제작 등 우량한 자산을 당시에만 해도 괜찮았던 대우조선에 넘기는 등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의 선택은 이러한 과감한 수술보다는 4조5000억원의 막대한 신규자금 지원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었다.

◇ 5개월 앞도 못 내다본 업황 예측

하지만 이후 업황이 오히려 악화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STX조선은 또다시 채권단에 손을 벌려야 했다. 산업은행은 이번에도 역시 구조조정 대신 지원을 택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또다시 채권단은 4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산업은행과 정부의 논리는 궁색했다. 돈을 더 넣더라도 배를 지어서 내보내는 게 금융권의 익스포져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는 근거를 댔다. 하지만 이 역시 올해들어 수주 제로의 상황을 맞으면서 최악의 길로 들어섰다. 들어오는 선수금이 없으니 배를 지을 돈도 없고, 유동성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과거 부실수주한 선박에 대한 건조 취소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채무까지 현실화되면서 추가 손실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불과 5개월 뒤의 상황도 예측 못한채 장밋빛 전망에만 의존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했던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이 4500억원의 추가 지원을 결정하자 우리, 신한, KEB하나은행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빠졌다. 이들 은행은 더 이상의 신규자금 지원이 의미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산업,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대규모 손실확정에 대한 부담이 컸던 농협은행만 현재 채권은행으로 남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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