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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회장, 책임회피 급급한 '악어의 눈물'

  • 2016.09.09(금) 15:11

"책임 통감한다"며 눈물 흘린 최은영
지분과 임대료 출연 요구에는 모르쇠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 29일까지…2584일간 임직원과 함께 한 날들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 한진해운의 부실과 법정관리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오히려 선 긋기와 함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한진해운 경영에서 이미 손을 뗀 만큼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유수홀딩스 지분 출연이나 한진해운 사옥 임대료 환원 요구도 사실상 거부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침몰하는 과정에서 알짜 자회사만 챙기고, 채권단 자율협약 직전에 주식을 처분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검찰에도 고발된 상태다. 

▲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최은영 전 회장 눈물 보였지만

9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제3회의실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장. 최 회장은 민유성,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 증인 중 가장 늦게 청문회장에 도착했다.

최 전 회장은 민 전 회장 옆에 앉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입장하면서 민 전 회장과 인사를 나눴지만, 최 전 회장에겐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최 전 회장은 증인 신문을 시작하자 곧바로 눈물을 보였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느냐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전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면서 울먹였다.

사채 출연을 고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 전 회장은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법정관리 결과가 나올지 몰랐던 만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으나 (사재 출연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반응은 차가웠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흘리는 눈물이 한의 눈물인지, 사과의 눈물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조경태 기획재정위원회장도 "최 증인은 좀 더 진정성 갖고 대답해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 구체적 계획 없어 반응 싸늘

실제로 최 전 회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선 긋기와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회의원들이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우선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유수홀딩스 지분 출연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최 전 회장이 가진 유수홀딩스 지분 18.1% 중 일부를 출연하라고 요구하자 "경영권과 관련된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과 별개라는 입장도 고수했다. 최 전 회장은 "유수홀딩스는 상법상 한진해운과 관계없는 회사이며, 한진해운 매출에 대한 의존도는 과거 36%에서 현재 16%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연간 140억원에 달하는 한진해운 사옥 임대료를 환원하는 방안 역시 사실상 거부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방안을 제시하자 "지금도 몇 달째 임대료가 밀린 상태에서 이미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디악 등에 편지를 보내 용선료 협상을 타결시킨 현정은 전 현대상선 회장의 사례를 들자, "이미 사임한 만큼 그렇게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한진해운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도 "경영을 맡고 있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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