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눈물 쏟은 최은영, 훈수 둔 강만수

  • 2016.09.09(금) 18:24

최은영 전 회장 사재 출연 압박…모르쇠 일관
강만수 "구조조정 원칙 없어…서별관회의 필요"

전날 맹탕, 허탕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은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이틀째 역시 김빠진 채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등장하면서 잠깐 활기를 띠는 듯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그간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과정 전반을 살펴보거나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등의 '건설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장 주목받는 한진해운 사태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느라 힘을 쏟기도 했다.

애초 청문회의 목적이었던 '서별관회의'에 대한 개선책이나 대안 역시 나오지 않았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핵심 증인이 빠지면서다.

최 전 부총리와 안 전 수석의 경우 아예 증인 목록에서 뺐고, 홍 전 회장의 경우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나오지 않아 검찰에 고발했다.

▲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청문회 하이라이트, 최은영의 눈물?


전날에 이어 이틀째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는 핵심 증인이 없었던 데다가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부재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시스템에 대한 논의와 무관한 얘기들만 이어졌다. 최 전 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압박하거나, 금융당국 및 국책은행 수장들에게 "본인 돈이었으면 이렇게 했겠느냐"고 호통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최 전 회장의 '눈물'이 돼 버렸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부실과 법정관리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의원들은 "사과의 눈물인지 모르겠다"며 더 호통을 쳤다.

여야는 그러면서 한목소리로 최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을 요구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유수홀딩스의 지분을 보니 최 전 회장이 18%, 두 자녀까지 37%가 있는데, 이를 한진해운 정상화에 내놓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사재 출연 등을) 막연하게 말고 어떻게 하겠다 정도는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구조조정 원칙 세워야" 훈수 쏟아낸 강만수

이날 청문회에는 최 전 회장 외에 강만수·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주목받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대우조선해양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증언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 감사실장은 이 자리에서 "2008년 퇴직할 때 청와대에서 3명을 내려보내려 해, 저와 두 사람을 나가라고 했다"며 부당한 인사 개입을 '폭로'했다.

그러나 민유성 전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 전 실장은 특히 대우조선 부실의 가장 큰 이유로 정권 차원의 인사 개입을 꼽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의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서별관 회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서별관 회의는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곤란한 사안을 다루는 회의인 만큼 앞으로도 필요하다"며 "내가 서별관 회의를 주재할 때는 관련 사안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를 철저하게 거쳤다"고 말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죽이면 안 되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진해운은 국가 안보상으로 꼭 필요한 회사"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지급보증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승인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재무부 실무국장 시절부터 느낀 것은 구조조정을 시장 주도로 할 것인지, 정부 주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여야, 홍기택 전 회장 검찰 고발

여야는 이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출석하지 않아서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핵심 증인인 홍 전 회장이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가 진실을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가 '맹탕'이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최 전 회장에 대해선 '위증'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갈 것을 알고 자녀 주식 97만주를 매각한 것이냐'는 물음에 최 전 회장은 "계열 분리와 공정위 권고에 따라 2014년부터 팔아온 잔여 주식을 판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며 이를 부인했다. 공정위는 최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 비중이 0.39%에 불과해 지분법에 저촉되지 않아 지분 매각을 권고하지 않았다는 견해를 내놨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