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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국'...우리·기업銀, KB금융 '표정관리'

  • 2016.11.03(목) 11:30

靑 레임덕 연말 연초 금융 CEO 인사 차질
그동안 낙하산·외압 시달려온 은행엔 호재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하면서 올해 연말과 내년 초로 집중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금융 기관장과 공기업은 물론 청와대와 정치권, 금융위원회가 나름대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일부 시중은행 인사 역시 안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만 그동안 낙하산 논란과 인사 외압에 시달려온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KB금융 등은 오히려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업무 공백사태와 함께 이광구 우리은행장이나 권선주 기업은행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이 원하는 인사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어서다.


◇ 금융권 CEO 인사 올스톱되나

올해 연말과 내년 초에는 금융권 CEO 인사가 집중돼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에 선임된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2일 퇴임했고,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의 임기도 이달 중 끝난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연말까지다.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초에 끝난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을 비롯해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예탁결제원과 자산관리공사,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 CEO 인사는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참모진의 줄사퇴로 청와대가 사실상 공백상태에 빠지면서 CEO 인사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예탁결제원은 9월 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인선에 착수했지만, 적임자가 아땅치 않아 공모를 미루고 있고, 자산관리공사 역시 후임 인선 절차가 지지부진하다. 한때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론되던 기업은행장 후임 역시 하마평 자체가 사라졌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후임 역시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관료 출신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하마평 수준에 불과하다. 

◇ '최순실 나비효과' 우리는 웃는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와 외압에 시달려온 일부 은행들은 오히려 최근의 불확실한 안개 국면을 반기고 있다. 청와대의 입김이 약해지면서 은행 측이 원하는 인사 구도로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현재 연임 가능성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민영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은행장 자리를 지키는 게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지금까진 낙하산 가능성도 여전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말기로 갈수록 챙겨야 할 인사도 늘어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 청와대의 레임덕이 현실화하면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간혹 하마평도 나오긴하지만 한동안은 정치색 있는 인사들이 중용되긴 어려울 듯 하다"고 귀띔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연임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부 출신 은행장이 재차 선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KB금융 역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은행장을 조금 더 겸임하거나, 최소한 윤 회장이 원하는 은행장을 앉힐 기회가 될 수 있다.

◇ 전문성 가진 관료 낙하산도 조마조마

정찬우(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 금융기관장 자리를 꿰찬 '정피아'들은 천운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정 이사장은 청와대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면서 그동안 ‘금융권 실세’로 꼽혔다.

▲ 금융기관 수장들이 지난 달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컨벤션에서 열린 제12차 핀테크 데모데이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허창언(맨 왼쪽) 금융보안원장과 정찬우(왼쪽 두 번째) 한국거래소 이사장, 하영구(오른쪽 두 번째)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권 정·관피아 낙하산 CEO로 여겨진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명백한 정피아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수 있겠느냐"면서 "임기 말 보은인사를 꿈꿨던 낙하산 후보들에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가진 관료 출신 낙하산 후보들도 조마조마하는 분위기다. 관료 출신이라도 현 정권 인사가 기관장이나 CEO로 낙점되면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여권에선 이미 관료 출신은 기업은행장 인선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기관장과 은행권 CEO 인사는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청와대나 권력 실세에 줄을 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권력지도가 한꺼번에 바뀌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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