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노동조합은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사측은 간접 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공식 발표 시 이러한 입장차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간접 고용 맞춤형 접근"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면서 "기간제와 간접 고용 노동자가 (위원회가 보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선언 이후 비정규직의 범위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무기계약직의 경우 일반 정규직처럼 정년을 보장받기 때문에 시각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기업은 무기계약직 차별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자신들의 사정을 살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 무기계약직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어 "파견, 용역 등 간접 고용 노동자 문제는 맞춤형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업, 건설업 등 연중 특정 기간에만 일하는 업종에서는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다.
국가일자리위원회는 상반기 중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하반기에는 업계와 기업별 간접 고용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 노사 입장 분분…가이드라인 파장 클 듯
정부 입김이 센 금융권은 국가일자리위원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 노사는 위원회의 비정규직 범위 규정에 대해 작지않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이라고 해서 단순 업무만 맡고 일찍 퇴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일반 정규직과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급여와 승진에서 차별을 받는 만큼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현실적으로 간접 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긴 무리라는 입장이다. 청원 경찰, 운전 기사, 청소부 등 간접 고용 노동자는 은행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지 않는 만큼 직접 고용할 경우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 곧바로 정규직 전환 작업에 들어가면서 비정규직 범위에 대한 시각 차가 한층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