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감한 유통대기업, 잇따라 고용확대 강조
유통대기업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표하자 고용과 관련한 내부점검에 들어갔다. 여기에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표적인 대기업 비판론자들이 임명 또는 내정되자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사진=청와대) |
대형 유통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 새 정부의 새로운 정책기조를 파악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칫 타이밍을 놓쳐 새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지 못하면 오랜기간 후폭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유통대기업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는건 유통업의 특성 때문이다. 유통업은 파트 타임 근무자 등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 또 고용규모도 크고 협력업체도 많아 고용문제와 소위 갑을관계와 관련된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은 고용규모가 커서 정부 입장에서는 성과를 보이기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향후 3년간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아울러 향후 5년간 총 7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의 이런 계획은 이미 작년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롯데는 이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년간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화와 향후 5년간 7만명 신규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신동빈 회장은 최근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도 성장에 따른 고용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청년과 기성세대의 조화로운 고용을 추구하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신세계는 오는 31일 그룹 채용박람회를 연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1만4000명, 작년 1만5000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채용을 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신세계는 이번 채용 박람회를 통해 장애인 등 소외계층 채용과 이마트위드미 점주, 이마트 전문점 청년채용 등 다양한 형태의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복귀에 맞춰 파격적인 직원복지제도를 내놨다. 임직원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한달간 휴가를 낼 수 있다. 남성 직원에 대한 출산휴가 강화는 물론 '창의휴가'도 도입했다. 이밖에도 ▲유연근무제 시행 ▲퇴근 이후 및 주말에 문자나 '카톡' 등으로 업무지시 금지 ▲한 부서나 직무에 장기간 근무시 다른 직무에 지원할 수 있는 제도 ▲입사 후 10년 이내 임원 승진이 가능한 프로그램 등도 발표했다. 새 정부의 노동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 부합하는 대책들이다.
◇ '코드맞추기' 우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칫 '보여주기식'으로만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 정부의 정책과 그것이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해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유통사들이 주목하는건 ▲복합 쇼핑몰 규제 ▲시간당 최저 임금 인상 ▲골목상권 활성화다. 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도 임기 초반에 골목상권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새 정부는 골목상권 활성화 등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
복합쇼핑몰 규제나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익과 직결된다. 새 정부는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대형마트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복합쇼핑몰은 영업에 제약을 받아 매출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이는 모두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비용이다.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편의점에게는 대형 악재다.
골목상권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정부의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대형마트는 주말 영업이 제한됐다.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출점이 제한됐다. 해당 업체들은 이에 따른 손실을 지금껏 감내해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재래시장 등이 활성화 됐는지 여부는 아직까지도 논란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놓는 일자리늘리기 등의 대책은 5년마다 한번씩 코드맞추기 형식의 대책일 뿐"이라며 "정부와 근본적인 대화를 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때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