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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①-3 '한국 금융스타일 접목' 전략 차별화

  • 2017.06.19(월) 09:55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I. 금융>
현지은행들 코리아데스크 마케팅 공격적…대응책 시급
우리 밀착마케팅·KB 발로뛰는 영업·기은 '그레이존' 공략

[베트남 호치민=원정희 기자]"안녕하세요~" 호치민 시내 중심가 1군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플라자 빌딩. 지금은 싱가포르 국부펀드로 넘어갔지만 얼마전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갖고 있던 이 빌딩 2층에 우리은행 호치민지점이 자리잡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낯설지 않은 빌딩. 우리은행 지점에 들어서자 들려오는 반가운 우리말 인사. 지점 레이아웃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번호대기표까지 그대로다.

"이 곳 (현지)은행들은 인사를 안해요. 우리가 인사하면 들어오는 손님들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한국적인 레이아웃과 번호표, 각 창구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들이 있어서 한국의 금융거래 습관을 유지할 수 있어요." 김규백 우리은행 호치민지점장이 이처럼 한국적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은 로컬은행을 상대하는 나름의 전략이다.

 

▲ 호치민 금호아시아나플라자 빌딩. 2층과 3층에 각각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호치민지점이 자리잡고 있다.


◇ 로컬은행의 반격, 더 한국적 스타일로 맞서는 우리은행

로컬은행들이 한국계 기업을 타깃으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대형 로컬은행들이 대부분 코리아데스크를 두고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호치민에서 만난 국내 은행 담당자들이 하나같이 한숨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박정용 우리은행 호치민지점 부지점장은 "현지은행이 여신금리 면에서 마음 먹고 (낮은 금리로) 치고 나오면 한국계은행과 비교해 2% 포인트 이상 금리가 벌어지기도 한다"며 "한국적 섭외를 하고 있어 경쟁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털어놨다.

대출한도는 더 팍팍주고 본국 승인 등 대출심사 과정은 덜 까다롭다보니 한국계 은행만 거래하던 기업들도 로컬은행을 추가로 거래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기업금융 순이자마진(NIM)은 우리나라보다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한베트남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리테일뱅킹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우리은행은 더 한국적인 마인드와 스타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김규백 지점장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쪽으로 극복하려고 한다"며 "외국계나 로컬은행들은 가령 수출입서류 A~Z까지 필요한데 하나라도 빠지면 처리를 안해주고 경직돼 있는 것을 우리는 솔루션을 찾아서 해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지점에 한국어과 출신들이 많고, 한국어로 대화하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 LG, 포스코 등 다수의 기업을 주거래로 갖고 있는 우리은행의 강점도 살릴 생각이다. 공단지역 중심으로 거점점포를 확대하면서 기업담당 RM제도를 도입해 대기업 및 계열사 대상 밀착 마케팅도 추진한다. 김 지점장은 "한국계 은행간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시장을 넓게 보고 전체 파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SME 집중하는 국민은행‥발로 뛰는 영업

 

▲ 국민은행 호치민 지점.



국민은행은 베트남에 호치민 지점 한군데만 보유(하노이 사무소)하고 있어 가장 열악한 상황이지만 경제성장을 반영하듯 성장세는 가파르다. 김현종 호치민지점장은 "올해 상반기 자산 1억달러를 돌파해 현재까지 전년보다 30% 늘었고, 수익 역시 30% 성장했다"며 "올 연말까진 50% 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덕분에 국민은행 해외점포 평가에선 최근 2년간 사실상 1등 자리를 꿰찼다.

국민은행 호치민지점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계 대기업보단 중견기업과 중소기업(SME)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기업금융 기반이 다른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인만큼 지점장이 직접 발로 뛰며 영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더운 나라에 있다보니 한국에서처럼(?) 냉대는 안한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 지점장은 인터뷰를 하며 어제 다녀왔다는 호치민 외곽의 한국계 섬유 봉제공장 사진을 내밀었다. "라인 하나에 650명이 들어가는데 이런 라인이 9개나 됩니다." 언뜻봐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노동집약산업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후발주자이자 열악한 네트워크를 극복하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발로 뛰는 영업은 마케팅 수단인 동시에 직접 공장을 둘러보며 잠재력이나 성장성 혹시 튀어나올지 모르는 잠재리스크를 판단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 김현종 국민은행 호치민지점장이 둘러본 호치민 외곽 한 섬유봉제공장 전경.

 

◇ 기업은행, 그레이존 공략해 님 높이고 中企 글로벌화 지원


기업은행은 '그레이존'에 있는 한국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한다. 우량기업에 대해선 한국계는 물론이고 로컬은행까지 나서 대출을 해주지만 이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야말로 기업은행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윤 기업은행 호치민지점장은 "그레이존 기업들은 조심스럽긴한데 이미 한국에서 거래관계가 있어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이라며 "한국에 있는 본사와 연계해 평가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장은 "중소기업들이 현지에 잘 안착해서 글로벌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라면서 "현재 거래기업이 1000개 정도 되는데 앞으로 매년 100개 정도씩 늘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기업은행이 베트남 현지법인을 세우고, 지점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주요 고객의 공장들이 호치민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멀리 퍼져있는 영향이다.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자주 가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7월쯤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 법인 전환이 되면 해당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이나 자동차담보대출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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