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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 물가!' 한국은행의 고민

  • 2017.11.17(금) 16:31

'요지부동 물가' 기준금리 인상 부담 요인

"물가의 오름세가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책금리를 인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 합당성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우리나라 모두에서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가 약화되었다. 물가 흐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분석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11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고,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너도나도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한 가지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탓입니다. 바로 '저(低)물가'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춘 뒤 지금까지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시중에 더 많은 돈을 돌게 해 가라앉은 경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선데요. 최근 들어 우리나라 경기가 눈에 띄게 살아나면서 통화 완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고 얼마 전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이런 흐름에 발맞춘 영향이 큽니다.

그러면서 이제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거나 올릴 채비를 하고 있는데요. 한국은행 역시 이에 맞춰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건은 충분히 무르익었습니다. 우선 우리 경제가 눈에 띄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4%로 깜짝 성적을 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목표였던 연 3%대 성장은 물론 그 이상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3.2%로 올려잡기도 했습니다.

▲ 김용민 기자

대내외 환경도 안정적입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우려됐던 북한 리스크는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 한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분위기가 이런데도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저물가 때문에 그렇습니다. 경기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은 이를 근거로 금리를 올리는 게 자연스러울 텐데,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니 금리를 올릴 명분이 부족한 겁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중앙은행들이 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은행의 고민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2%)을 수렴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확인되는 시점에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인 31일에 '금리 인상을 확신할 정도의 수치가 나왔냐'는 질문에 "내년 흐름도 중요해 여러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한 발 빼는 듯한 언급도 했습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근에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주요 고려사항의 첫 번째를 '성장과 물가 간 관계 변화'로 꼽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살아나도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금통위 본회의에서는 금통위원 간 격론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하회하는 자체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큰 장애 요인이 아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다른 한 위원은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합당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고 합니다.

실제 물가 흐름도 좋지만은 않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2% 하락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1.8% 올랐습니다. 전년 대비 기준 상승률은 올 들어 최저치입니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밑도는 겁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이달 말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혹여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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