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상장 생보사들의 지지부진한 주가와 좋지 못한 주식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IPO 추진에 신중했던 교보생명이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 공모가 밑도는 생보사 주가…교보 제값 받을까
성공적인 IPO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새 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이슈가 있는 만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IPO를 통한 자본유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조~5조원 가량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내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하락 가능성이 거론되고 보험 업황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데 있다. 여기에 상장 생보사들이 모두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ING생명이 상장 당시 전략적으로 내걸었던 고배당 정책처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생보사들은 저축성보험을 줄이면서 보험료 수입이 감소추세다. 경기부진, 보험시장 포화로 보험계약 해지 규모는 늘어나고 신계약 확대는 쉽지 않다. 금리상승 기조가 보험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자산듀레이션이 길어 운용실적 개선으로 나타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는데다 자본규제 강화로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생보주 주가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을 넘어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장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본확충에 있는 만큼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그동안 IFRS17, K-ICS 도입을 위해 내부유보를 통한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아왔고 전체 자본 9조원 가운데 이익잉여금이 6조~7조 규모로 가용자본이 넉넉한 만큼 기업가치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상장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았고 시장상황도 변동성이 있는 만큼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며 "배당정책 등 여러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체적인 주식시장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이 바닥을 찍고 턴하는(오르는) 시점을 잘 맞춘다면 오히려 공모가를 높게 받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오너 CEO 신창재 회장, 경영권 문제없나
교보생명 IPO에서 또다른 과제는 신창재 회장의 지분희석에 따른 경영권 방어 문제다. 신 회장은 생보업계에서 유일한 오너 CEO로 오랜기간 회사를 이끌어 왔다. 2~3년 단위로 CEO가 바뀌는 타사와 달리 장기계약에 맞는 긴 호흡의 운용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외부환경에 따른 부침이 덜한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IPO로 신 회장의 지분율이 희석될 경우 이전과 같은 경영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희석 문제는 교보생명이 IPO를 미뤄왔던 이유로도 꼽힌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은 9월말 기준 33.78%다. 특수관계인 지분(5.65%)을 포함해도 39.43%다. 2007년 유상증자 실권주를 인수한 커세어캐피탈(9.79%)을 비롯해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 IMM,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이 대우인터내셔널 보유지분 24%를 인수하는 등 현재 외국기관투자자들의 지분보유비율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하면서 2015년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 회장에게 이자를 붙여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받았다.
자금회수가 급박해지고 IPO가 늦어지면서 지난 10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IPO 추진이 급박해진 이유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지분을 인수했던 금액이 1조2000억원 가량이었던 만큼 신 회장의 지분희석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 FI 풋옵션 행사, 지분율 희석·경영권 최대 변수
그렇다면 교보생명이 IPO를 공식화 한 상황에서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를 유지할 것인가가 큰 관심사다. 그동안 FI의 풋옵션은 IPO 압박용으로 치부돼왔지만 시장상황 악화로 IPO를 추진해도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자 풋옵션 행사를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아닌 신창재 회장과의 사적 계약관계인 만큼 풋옵션 행사에 대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은 1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회장이 보유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추가적인 지분희석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9월말 교보생명 RBC(지급여력비율)는 291.99%로 IFRS17 도입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며 "IPO를 결정한 만큼 최대한 자금을 많이 끌어 모아야하지만 대주주의 지분희석 문제가 있는 만큼 내부에서 절충한 수준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IPO를 미뤄왔던 것도 대주주 지분희석 문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신 회장이 재무적인 부담으로 보유지분을 팔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지분율 변동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풋옵션은 (신 회장) 개인간 계약이기 때문에 IPO와는 별개 이슈로 재무적투자자들과 (신 회장이) 앞으로 협의해 가야할 문제"라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지분희석은 있겠지만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풋옵션을 행사한 어피니티컨소시엄을 제외한 나머지 FI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호지분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금 회수 부담을 안고 있는 FI들이 향후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미지수다.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중 유일하게 국내기관인 수출입은행이 IPO가 이뤄지면 지분을 처분할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