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지난 20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신 회장측은 이에 맞서 풋옵션 계약에 대한 무효소송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하 FI)은 각각 교보생명 지분 9.05%, 5.23%, 5.23% 4.50%를 보유하고 있다. 총 24.01%, 492만주에 달한다.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 약 1조2500억원에 인수했고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권리를 받았다.
그러나 IPO가 지연되자 FI들은 지난해 10월28일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약 2조원 규모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11월 IPO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공모가가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강행했고 신 회장이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중재를 신청했다.
상사중재원은 각종 경제 분쟁을 중재·조정하는 기관으로 중재결과는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중재 진행과정은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려 이르면 연내 중재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중재결과가 나오면 항소가 불가능한 만큼 신 회장은 결과에 따른 비용을 FI에게 지불해야 한다.
신 회장측은 중재가 진행돼도 철회가 가능해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 계약무효 소송도 검토 중이다. 신 회장은 앞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주주간협약이 일방적이고 복잡해 모순되고 주체를 혼동한 하자 등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재 역시 일반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와 함께 계약무효소송을 진행할 경우 신 회장 측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FI를 달래야 하는 입장인 신 회장이 계약무효 소송을 검토한다는 것은 중재 협상과정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계약무효 소송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다만 중재신청 이후 양 당사자가 합의를 할 경우 언제든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중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풋옵션 이행 가격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재 진행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반기 예상됐던 IPO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경영권 등을 둘러싼 주주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 결격 사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재과정에서 (풋옵션 행사) 가격이 얼마나 낮아질지 알 수 없으나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일부 매각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며 "유력 인수군으로 금융지주들이 꼽히고 있지만 이들은 BIS비율 등으로 인해 교보생명 지분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