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18일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이행 요구 중재신청을 예고한 것에 대해 유감을 전하며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FI들이 만족할만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어 신 회장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을 목표로 했던 IPO(기업공개)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FI 측은 지난 15일 신 회장 측에 오늘(18일)까지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당초 계획했던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2일 신 회장 측이 시장에서 FI 지분과 본인 지분을 포함해 금융지주에 '공동매각하는 안'이 불거지자 이를 부정하며 세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FI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 회장 측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지분 제 3자매각 ▲IPO 성공후 차익보전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24%에 달하는 FI 지분을 인수할 백기사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FI는 지난 2012년 1조2000억원에 교보생명 주식을 사들였고 신 회장 측에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요구한 상태다. 더욱이 생명보험업 성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4~0.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교보생명 공모가는 20만원 내외로 점쳐진다. 이는 FI가 요구한 절반 수준으로 IPO를 통한 차익보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ABS 발행 역시 주식을 담보로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은 흔치 않은데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보강을 해야 하는데 조 단위가 넘는 규모의 신용보강을 해줄만한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FI들이 새로운 대안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FI는 IPO 추진에 상관없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그동안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당면한 자본확충 이슈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 만큼 큰 위기라는 인식 속에 교보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대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상황대응 부분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FI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만큼 중재신청 재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을 재고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중재신청 이후에도 계속된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 회장 측은 "중재신청을 했어도 언제든 철회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재신청이 철회되지 않아도 별도 협상 문이 열려 있고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이 계속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중재 신청 절차는 최소 5~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며 항소가 불가능하다. 중재신청 결론이 나면 신 회장이 FI의 요구대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 FI들의 중재신청 여부 결정에 따라 교보생명 IPO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주주간 분쟁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에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간 갈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장 결격사유인 것은 아니지만 주주간 갈등 해소가 쉽지 않아 보이고 경영권과 관계된 중대 내용이나 불확실성이 클 경우 상장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 측은 FI가 중재신청을 진행한다고 해도 계속된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뚜렷한 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어 FI들이 마음을 돌릴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FI 중재신청에 대해 신 회장 측이 강경 대응할 여지도 보인다. 앞서 FI들과의 계약무효를 언급했던 신 회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주주간협약이 일방적이고 복잡해 모순되고 주체를 혼동한 하자 등 억울한 점도 없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