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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리디노미네이션②'효과가 크냐, 우려가 크냐' 팽팽

  • 2019.05.17(금) 14:58

찬성 "거래 효율화·국가위상 상승·숨은 돈 양성화 효과"
반대 "사회적비용 너무 크고 인플레이션 우려"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리디노미네이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그 이유와 찬(득), 반(실) 주장, 국내외 사례 등을 살펴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본격적인 움직임이 없는 것은 그만큼 찬반 논란이 팽팽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찬)과 잃을 수 있는 것(반)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거래 비효율·국가 위상 개선하고 숨은 돈 양성화 효과" 

리디노미네이션을 찬성하는 측이 주장하는 첫번째 이유는 "화폐의 액면가가 너무 높아 거래할때 비효율이 크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화폐 단위 때문에 불편했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거래되는 상품들의 화폐단위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다낭의 유명한 카페인 '콩카페'의 시그니쳐 메뉴 가격은 4만8000동에서 6만5000동 사이라고 합니다.

'콩카페'는 최근 국내에도 진출했는데 가격대는 5000~6000원대입니다. 물가와 경제수준 등을 제외하고 화폐의 단순 액면가로 비교하면 10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죠.

베트남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OECD가입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가 8위에 해당하는 경제 대국으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액면가치가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흔히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의 환율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와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들어납니다.

17일 기준 미국 1달러 대비 일본 엔화는 109.92엔, 영국 파운드화는 0.78파운드, 유럽연합 유로는 0.89유로, 캐나다 캐나다달러는 1.35달러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1191.30원입니다.

OECD가입 국가 중 신흥국을 제외하고 달러 대비 환율이 네 자리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경제 규모를 따져 봤을 때 우리나라 화폐의 액면단위가 너무 높기 때문에 대외위상을 높이고 거래의 편의를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는 이야깁니다.

그간 꾸준히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 "과거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절인 2004년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당시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났다"며 "한국은 선진국 임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왜 이리 높은가라는 말에 후진성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 외에도 소위 장롱 속에 숨어있는 돈이나 지하경제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도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지는 장점으로 꼽힙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위해서는 그간 쓰던 화폐 대신 새로운 화폐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화폐를 교환하기 위해 숨어있던 돈이 양지로 나오게 됩니다. 이를 통해 세원을 확보, 세수가 증가해 나라의 곳간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리디노미네이션 과정에서 고용창출, 투자 등도 이어지고 경기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자산 전문가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국내 화폐의 위상을 키울 수 있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물론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사회적 비용 너무 크고 인플레이션도 우려"

리디노미네이션이 고용창출과 투자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지나치게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화폐의 단위를 바꾸든, 화폐의 자릿수를 조정하든 금융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ATM기 등은 물론 각종 금융거래 관련 결제시스템 변경 등에 막대한 돈이 투입된다는 것이지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리디노미네이션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예상 비용을 추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리디노미네이션이 단행될 경우 권종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ATM기와 같은 자동화기기 등을 교체해야하고 관련 회계 및 전산시스템을 모두 교체해야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스템 교체 등과 별도로 은행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고객에 대한 응대"라며 "실제 권종 교환은 은행을 통해 이뤄질텐데 고객 응대 과정에서 소모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고객 혼란이 대표적인 예다. 다양한 부분에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역시 액면단위 변경을 통한 결제시스템 재구축 비용에 최소 5조원에서 10조원 가량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단순 결제시스템 뿐만 아니라 신권 화폐제조, 금융 및 비금융 기업의 회계전표 수정, 자영업자들의 메뉴판(상품가격) 재인쇄 등 사회 전반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는 경제주체의 소비심리와 연결해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을 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분의 1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져 현재 4500원하는 커피가  45원으로 바뀌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저렴하다는 심리가 작용해 재화의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통상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면 인플레이션은 함께 따라온다고는 합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 상승률과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상승률'이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한 연구원은 "화폐개혁이 일어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 물가상승 견인으로 경기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이 체감물가 상승분을 따라가고 있다고 보기 힘들어 경기확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0%대 이지만 실제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장바구니물가'와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며 "소득이 물가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면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신한은행이 내놓은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월 평균 가계소득은 2016년 461만원, 2017년 462만원, 2018년 476만원 등으로 2년간 3.3% 늘었습니다.

반면 '장바구니물가'의 대표적인 항목으로 꼽히는 쌀의 경우 2016년 20kg당 3만4929원 이었으나 지난해 4만4232원으로 26% 올랐습니다. 이 외 생활필수품 및 외식물가도 3%~10% 가량 올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처럼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경우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과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핀셋] 다음 편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국내외 사례를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리디노미네이션에 나선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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