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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돌아온 키코 분쟁②대법원도 끝내지 못한 대립

  • 2019.06.13(목) 16:21

기업 "불완전판매 넘어 사기" vs 은행 "문제없다"
2013년 대법원 "기업도 책임있다" 은행 손 들어줘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후 '분쟁조정' 진행 다시 수면위로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키코(KIKO)'입니다. 키코란 은행에서 한때 판매했던 파생상품 중 하나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큰 손해를 보면서 손해를 보상하라는 기업과 책임이 없다는 은행 간 논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키코란 무엇인지 사태의 쟁점은 무엇인지, 칼을 쥔 금융당국은 어떤 입장인지 등을 살펴봅니다.

금융투자상품은 '안정적' 이라고 평가받는 상품이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금과 적금이 5000만원 한도 이내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는 금융투자상품이 이름에 담긴대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따라 수익을 거둘 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키코(KIKO)는 금융투자상품 중 파생상품, 즉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품군입니다. 이 때문에 예기치 않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키코에 가입한 많은 기업들이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따라서 원론적으로는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은행들은 계약자(키코 가입 회사)가 이러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키코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들은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은행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평행선 위에서 긴 마라톤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쟁점은 '불완전판매'…대법원은 은행 손 들어줘

키코기업들이 은행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불완전판매'입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할때 고객에게 중요한 고지내용, 예를 들어 금융상품이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거나 고객이 부담하게 되는 비용과 같은 고지사항 등을 누락해 판매한 경우를 말합니다.

허위·과장 등으로 고객이 금융상품에 대해 오인해 가입하는 경우도 불완전판매에 속합니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 측은 키코 상품 판매가 활발하던 당시 은행이 해당 상품을 불완전판매 했다는 입장입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키코 판매 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 등을 기업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키코 공대위 측은 키코 판매가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라는 입장입니다.

공대위 관계자는 "검찰에 정보공개를 요구해 받은 수사 녹취록에 따르면 사기라는 증거가 명백히 있다.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 사법부의 판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사기는 아닐뿐만 아니라 불완전판매 역시 일부 지점의 특수한 상황일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상품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당시 키코 상품은 기업들의 수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은행이 키코상품을 통해 많은 마진을 남긴 것도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지점에서 불완전 판매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모든 키코상품의 판매가 불완전판매는 아니다"며 "키코 상품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가입한 기업들이 대다수다. 키코상품은 사기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투자상품을 판매한 은행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2013년 대법원은 일부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사실상 은행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삼코, 세신정밀이 제기한 소송에서 상품을 판매한 은행 측에 손해액의 각각 35%, 30%만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은행이 중요한 고지 내용 설명 의무를 위반, 즉 불완전 판매가 있었으나 기업 역시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손해 배상액을 감면한 것입니다.

모나미와 수산중공업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사실상 불완전판매가 없었고 오히려 기업이 투자 이익을 목적으로 키코에 가입해 손실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이 일부 기업의 소송에 대해 이러한 판결을 내림에 따라 다른 소송도 이와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며 키코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 윤석헌 금감원장, 불을 지피다 

키코 손해배상 논쟁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은 금융감독원의 수장인 윤석헌 원장입니다.

윤석헌 원장은 2017년 금융권 적폐청산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후 금융당국에 키코 계약의 금융감독 상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점검해야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윤 원장은 당시 "피해규모가 컸던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와 재발방지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혁신위 권고를 받은 금융위원회는 권고내용을 세부과제 별로 전담자를 지정, 이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18년 5월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 수장 자리에 오르자 키코 논쟁이 본격적으로 재점화했습니다. 당장 올해 업무계획에 키코 불완전판매에 대한 분쟁 조정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후 남화통상·재영솔루텍·일성하이스코·원글로벌미디어 등의 키코 가입 기업이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키코사태로 인해 총 1688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금감원은 이들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말쯤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결과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는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금융회사에게는 사실상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가까운 예로 2016년 지급 되지 않았던 자살보험금에 대해 지급하라는 금감원 분조위의 의견에 생보사들은 미지급 보험금 4000억원 가량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금감원이 키코 분쟁을 조정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금감원의 뜻대로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키코사태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대상인지 여부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온도차 때문입니다.

[핀셋] 다음 편에서는 이달말 분쟁조정위원회를 앞두고 은행-키코 기업-금감원-금융위 입장과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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