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법 제정, 신탁재산에 대한 포괄주의 방식 도입 등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은행 사업 다각화의 기회'로 신탁을 꼽았다. "초저금리·고령화·저출산 등 뉴노멀 시대에 맞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자산관리와 재산증식 수단을 제공하자"는 취지를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103조를 보면 신탁업자는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관련 권리(전세권·부동산임차권 등),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 포함) 등 7가지 외 재산은 수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시장과 파이를 키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포괄주의를 도입해서 확대 발전시키자"고 강조했다. 현재 '열거주의'를 '포괄주의'로 확대해 시장을 키우자는 얘기다.
이날 김 회장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는 12일 예고된 금융위원회의 DLF 사태 최종 개선방안 발표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가 넘는 사모펀드나 신탁을 은행이 팔지 못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주간 은행의 의견을 듣고 오는 12일 최종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조치로 ELS를 편입한 ELT(주가연계신탁)의 판매가 제한되면 손실이 커진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 6월 기준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판매형태를 보면 은행신탁으로 판매된 ELS(주가연계증권)은 40조3615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지난달에도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은행의 고위험 신탁판매까지 규제하는 것은 안타깝다"는 의견을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신탁업법 제정은 금융업계 숙원사업이다. 2017년 금융위는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신탁업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논의는 중단됐다. 지난해 금융위가 유언대용신탁 등 특화신탁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인가단위를 개편하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신탁 본연의 종합자산관리 역할을 수행하기는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DLF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신탁 판매가 금지된다는 정책이 발표된 것이다.
이날 또 김 회장은 은행의 글로벌 진출 강화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청사진 재검토, 인수합병(M&A) 추진, 디지털 기반 전략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자"며 "해외부문 비중을 현재 총자산 기준 5%, 당기순이익 기준 7% 수준에서 10년 내 자산과 당기순이익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하자"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통해 대형 금융그룹의 경우 시가총액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10-20-30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현재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신한금융지주 20조7937억원, KB금융지주 20조694억원, 하나금융지주 11조789억원, 우리금융지주 8조1977억원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