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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DLF 중징계, 개운치 않은 뒷맛

  • 2020.02.11(화) 16:22

금감원, CEO 중징계 결정 후 논란
"제재 법적 근거 모호" 지적 나와
고객 비번 도용건 1년 반 지나 제재심 상정 '타이밍' 논란도

지난해 12월30일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손태승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DLF(파생결합증권)사태 책임을 물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의결했다. 이후 윤석헌 금감원장이 속전속결로 이를 결재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금지된다. 이제 남은 절차는 금융위원회가 제재심의위 결정에 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해 해당 금융회사에 통보하는 것이다. 만약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의견을 그대로 수용해 손 회장에게 이같은 결과를 통보하면 손 회장은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그간 금융당국의 중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대체로 자진사퇴하며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부 임원의 경우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행정소송 등을 거쳐 승소, '오명'을 벗기는 했지만 금융업계에 다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중징계'는 금융회사 임원들에게는 주홍글씨다.

주목할 점은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제재 근거에 대한 것이다.

제재심이 손 회장에게 책임은 물은 것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과 시행령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이라고 적시된 부분이다.

이 규정에 대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CEO에 대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통제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영업 현장에서 발생한 특수한 상황(불완전 판매)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리기에는 '규정상 허술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CEO 징계를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도 현재 규정으로 제재를 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감원 제재가 자본시장법이 아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근거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DLF 판매 과정에서 공모펀드를 사모방식으로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DLF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도 우리은행 등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며 DLF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바탕으로 제재를 한 것은 자본시장법 438조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회사 임원에게 '경징계' 이상의 제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감원장 전결사항으로 '중징계' 수준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은행 CEO를 대상으로 자본시장법이 아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도 첫 사례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6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 결정된 절차와 일정, 즉 손태승 회장의 연임 결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법정 다툼으로 가도 손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이 애매한 시점에 2018년 발생한 우리은행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도용 사건과 관련 금감원이 조만간 제재심을 열겠다고 한 '타이밍'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2018년 7월 자체 감사 결과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KPI 달성 등을 위해 고객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고객 동의없이 무단으로 바꿔 활성계좌로 전환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를 금융감독원에 보고 했고 금감원도 그해 10월과 11월 두달에 걸쳐 집중검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1년 반 가량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 제재심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DLF 사태 처리 등의 영향으로 제재심 안건이 뒤로 밀렸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던 금감원이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변경됐는데도 이를 1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 제재심 안건으로 올린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금융사 직원들이 많다.

손 회장 본인이나 우리금융 이사회, 노조가 금감원 중징계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금감원과 대립하는 모양새가 되자 DLF 중징계와 사퇴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올해 핵심 업무로 제시했다.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환경과 다양한 위험요인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건전한 신용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고, 조직도 강화했다.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DLF사태와 관련 제재 과정에서 제기되는 논란에는 '금융당국이 사전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사후 CEO중징계로 가리려는 물타기 아니냐'는 의구심도 포함돼 있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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