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사진)이 하나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증권(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내렸던 중징계 처분을 법원이 일시 정지시키면서다.
금감원이 DLF 사태를 이유로 CEO들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잇달아 받아들여지면서 결과적으로 금감원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 함영주 부회장, 회장 도전 '기사회생'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함영주 부회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박세걸 하나은행 전 WM사업단장이 낸 금감원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금감원은 올 초 DLF 사태와 관련해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불완전판매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중징계 성격인 문책 경고를 통보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구도에도 변수가 생겼다. 올해 12월 임기가 끝나는 함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금감원의 중징계로 도전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듯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 종료 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함 부회장은 지난 1일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번에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함 부회장은 가처분신청과 함께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만큼 함 부회장에게 내려진 중징계의 효력은 1심이 끝날 때까지 정지된다.
통상적으로 법리 다툼 과정에서 1심 선고까지 1년정도 걸리는 걸 감안하면 함 부회장의 하나금융 회장직 도전을 막는 걸림돌은 없어진 셈이다. 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역시 연임 내지는 다른 계열사 CEO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결과적으로 무리수…금감원 비판도
금감원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금감원이 DLF 사태의 책임을 해당 금융회사 CEO에게 물었던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무리수였다는 비판이다. 같은 이유로 중징계 통보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이 전례 없던 사유를 들며 두 CEO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는데 당시에도 과도하다는 말이 많았다"면서 "손 회장에 이어 함 부회장까지 법원이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 만큼 금감원의 무리수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당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손 회장과 함 부회장 등의 중징계 처분 사유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규정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이라고 적시한 시행령을 들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조항은 다양한 해석을 나을 수 있어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통상 금융사 CEO를 징계할 땐 자본시장법이 근거가 되는데 이번엔 지배구조법을 내세웠다"면서 "자본시장법으론 중징계가 불가능하자 지배구조법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징계 효력 정지의 사유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법원이 함 부회장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을 인용한 것에 대해 항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