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 저녁 DLF(파생결합증권)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내린 중징계(문책 경고)를 통보하면서 징계수위를 결정한 지 한달만에 징계의 효력이 발효됐다.
하지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이 제재와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함영주 부회장은 아직 이에대한 입장을 내놓고는 있지 않다. 조심스럽게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여진다.
◇ 금감원 중징계 결정, 한달만에 효력 발생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6개월간 사모펀드 판매 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의 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 전결사항으로 곧장 통보가 가능했으나 기관제재의 경우 금융위 의결이 필요하다는 점, 임원제재와 기관제재가 같은 시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통보는 미뤄졌다.
이후 지난 4일 금융위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제재안을 확정지었고 지난 5일 밤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에게 중징계 통보가 이뤄지면서 효력이 발생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금감원의 제재심에서 중징계 이상의 통보를 받는 경우 임기종료 후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이달 25일 주주총회까지 임기인 손태승 회장은 법적인 대응 없이는 연임이 힘들게 됐다. 12월 임기가 종료되는 함영주 부회장 역시 이대로라면 내년 김정태 회장 임기가 종료된 뒤 차기 회장 자리에 도전하기 어렵게 됐다.
◇ 손태승 회장 제재심 '불복'…이사회도 힘 보탰다
손태승 회장(사진)은 회장추천위 등을 통해 연임이 내정됐으나 금감원의 징계가 효력이 발생되면서 일단은 연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손태승 회장은 법원에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을 통해 제재심 결과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기로 했다.
손태승 회장이 이처럼 제재심에 불복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금감원이 내린 제재의 근거가 모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재심이 손 회장의 책임에 물은 것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과 시행령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이라고 적시된 부분을 근거로 한다.
관건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이라는 부분이 CEO에 대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은행이 DLF 판매할 당시 이미 내부통제 기준은 마련돼 있었고 금감원 역시 이를 사전검사를 통해 확인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실효성' 이라는 모호한 표현과 CEO 징계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손 회장이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금융업계 중론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역시 손 회장에게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손태승 회장의 연임에 대한 건을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법적공방 결과와 상관없이 현 시점에서는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고 해석된다.
일단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켜야 연임이 가능한 손 회장은 다음주 중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냄과 동시에 행정소송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법원이 행정처분 가처분신청에 대해 1주일 이내에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 그리고 법적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여겨질 경우 이를 허용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손 회장의 징계효력이 주주총회까지 정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의 징계효력이 발생했고 이에 불복하는 결정은 엄밀히 따지면 손 회장 개인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는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다음주께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차기 회장 유력 후보 함영주 부회장 선택은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사진)의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정태 회장을 이어 하나금융을 이끌어 갈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이번에 중징계를 받으면서 일단 대권도전은 쉽지 않게 됐다.
다만 함영주 부회장의 경우 임기가 오는 12월까지라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손태승 회장과 달리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하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개인에 대한 제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함영주 부회장의 뜻에 달려있다"며 "내부에서도 소송을 진행할지 말지 여부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함영주 부회장의 경우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손 회장의 법적공방의 흐름을 지켜볼 여유가 있어 급하게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2018년 김정태 회장이 3연임을 하는 과정에서 '셀프 연임'이라며 비판한 금융당국과 갈등했고 우여곡절 끝에 봉합됐는데, 또 다시 금융당국과 갈등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손태승 회장의 소송 진행상황을 보면서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일단 함 부회장에게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손 회장의 결단 이후 과정을 지켜볼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혹여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면 12월 임기 이후 하나금융을 떠난 상태에서 행정소송을 시작해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복귀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 소송 기간에 따라 차기 회장을 노리기는 어려울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