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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배구조 2020]순항하던 우리금융, 느닷없는 돌발변수

  • 2020.03.12(목) 11:07

지주체제 출범 등 순항하다 DLF사태로 CEO리스크
손태승 회장, 이사회 등 내부 지지 불구 연임 법원결정에
올 주총, 이사회 보강·승계체제 정비·내부통제 강화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는 매년 어떤 기업보다 주목받는다. 지배구조 때문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특별한데 명확한 대주주가 없어 금융 지배구조 리스크는 곧 경제 리스크로 인식된다. 올해 정기주총을 앞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와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 [편집자]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우리은행을 분할해 지주회사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했다. 지주회사 체제는 금융그룹으로서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효율적이다.

지주체제로 전환을 주도하고 매끄럽게 마무리한 손태승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전략 수립과 실행도 하나씩 이뤄졌다. 그룹 내 취약한 사업분야에 대한 M&A가 진행됐고, 이사회도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지난해 후반 등장한 '돌발 변수'로 혼란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우리은행 제재와 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돼 손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태승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던 계획이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라는 돌발변수로 주춤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예정대로 손태승 회장 연임 안건을 상정하는 등 손 회장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노조 등 직원들도 금융당국의 징계수위에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주총회는 손태승 회장이 내부에 이어 주주들의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로 의미가 크다. 다만 손 회장이 주주들의 신뢰를 확인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한 '법적인 확인'을 받아야 하는 중요한 이슈가 남아있다.

손태승 회장은 주총과 법적 절차를 모두 무사히 넘기고 그룹의 미래전략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금융그룹은 만일에 있을 최고경영자 유고 상황에 대비해 어떤 지배구조 대안을 만들고 있는가. 3월 주총을 앞둔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핵심 이슈다.

◇ 과점주주·이사회 영향력 커 

우리금융지주는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이사회 영향력이 크다. 그만큼 이사회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경영의 안정성이 크게 좌우된다.

이는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의 모태인 우리은행을 민영화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면서 생긴 독특한 주주구성에 기인한다.

민영화 당시 지분을 매입한 7개 금융사와 지난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지분을 매입한 푸본생명이 총 29.8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 추천을 주도, 이사회내 과점주주들의 영향력이 크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1대주주는 지분 17.25%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8.82%까지 합치면 아직도 정부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이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는 회사 직원을 우리금융지주 비상임이사로 파견해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면 관치금융 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점주주들의 영향력이 큰 이사회는 여전히 손태승 회장에 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 올해 주총, 푸본생명 이사회 합류…손 회장 힘 받는다 

올해 주주총회를 거치면 과점주주들의 영향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를 기존 7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해 사내이사를 손태승 회장 1인에서 2인으로 늘린다. 또 지난해 지분을 매입한 대만 푸본생명이 추천한 첨문악 사외이사 신규 추천 안건도 상정한다. 두 안건이 통과되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6명-비상임이사 1명이 된다.

푸본생명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손태승 회장이 더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푸본생명은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매입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카드 지분을 매입하는 대가로 현금과 함께 우리금융지주 지분 5.8%를 줬고, 우리은행이 받은 우리금융지주 지분중 4%를 푸본생명이 사들인 것이다.

주목할 점은 푸본생명의 지분매입을 손태승 회장이 직접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당시 손 회장은 푸본생명의 지분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이를 진두지휘했다. 이 때문에 향후 푸본생명이 손 회장 경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손 회장 연임, 법원 판단에 달려..이사회, 승계절차·내부통제 정비 잰걸음 

지주회사 체제 출범, 그룹 경영성과 호전 등을 기반으로 내부 지지를 확보한 손태승 회장에게 가장 큰 난관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이다.

손 회장은 DLF(파생결합증권)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경우 임기가 종료된 이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금지된다. 오는 25일 정기주총일이 임기만료인 손 회장의 연임이 어렵게 됐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이 주총 전 손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손 회장은 연임이 가능하다. 반대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손 회장은 연임할 수 없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우리금융은 이런저런 대비를 하고 있다. 일단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1명을 추가하는 것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우리금융 정관에는 회장 유고시 지주사 부사장 중 최연장자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 통상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주력계열사인 은행장이 대행하지만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내이사로 추천된 이원덕 우리금융부사장은 지주 부사장 중 최연장자다. 이사회 역시 이원덕 이사를 추천하면서 "부사장 중 최연장자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또 손 회장이 감독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점을 감안해 금융지주회사 중 최초로 이사회 내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위원회는 내부통제기준 유효성 검증, 개선방안 모색, 실효적 내부통제기준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금융은 이와 함께 손태승 회장이 겸직하던 우리은행장도 분리 선임한다. 현재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가 내정돼 3월 주총에서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위원들은 경영공백 방지를 위해 직무대행과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비상계획을 점검했다"며 "(회장 유고시) 경영승계 절차가 수립돼 있기 때문에 경영능력이 검증된 손태승 회장의 연임을 추천했으며 이는 임추위의 만장일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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