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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하나금융, 조건부 자본증권 한도 대폭 늘린 이유

  • 2020.03.20(금) 17:46

주총서 발행한도 2조→10조로 확대 정관변경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자본확충 필요때 대비
M&A실탄마련·BIS비율 관리·경기위축 대비

20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사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주총회 주요 안건은 경영진 선임(신한‧우리), 이사회 내 신규위원회 신설(KB‧우리), 사외이사 신규선임‧연임(공통)으로 정리됩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발행할 수 있는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액면 총액을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늘리는 내용입니다.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이란 무엇일까요? 유독 하나금융지주만 해당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이란?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이란 금융지주나 계열 금융사가 발행하는 채권 중 하나입니다.

조건부는 말 그대로 조건이 붙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조건은 부실금융기관 지정 등 유사시 채권에 투자한 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게 됩니다. 코코본드(CoCo Bond)가 조건부 자본증권입니다.

조건부 자본증권은 전환형(유사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조건)과 상각형(유사시 원금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되는 조건)등으로 나뉩니다. 즉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은 '상각'이라는 조건이 붙은 채권입니다.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됩니다.

은행의 자본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은행자본규제기준 바젤Ⅲ가 2013년 국내에 도입되면서 '전환이나 상각이 없는 후순위채, 영구채' 등은 자본으로 인정해주지 않게 되면서 전환형 혹은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났습니다.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 투자자는 '유사시 상환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되는 조건'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원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채권의 금리)은 높습니다.

발행자인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채권 매입자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높지만 자본확충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채권의 경우 '안정적' 이라는 판단 아래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입니다.

◇ 발행한도 대폭 늘린 이유 셋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제22조의 3(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의 발행) 정관을 변경했습니다.

종전에는 액면 총액이 2조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액면 총액을 10조원으로 늘린 것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이 정관을 바꾼 이유는 크게 3가지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우선 경쟁금융지주에 비해 발행할 수 있는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의 액면총액이 지나치게 적었습니다. KB금융지주는 20조원,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10조원입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가 사업을 확장할 목적으로 자본을 늘리려고 해도 정관상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의 규모가 한정돼 있다 보니 발걸음에 제약이 있는 셈입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은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비은행 금융사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으로는 건전성 개선입니다.

통상 BIS비율(자기자본비율)로 불리는 금융지주의 건전성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대출, 유가증권 투자와 같은 손실 위험이 있는 자산)으로 나눠 산출합니다. 이 BIS비율이 높을수록 금융지주의 자산상황이 건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의 경우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BIS비율 산출때 분자가 되는 자본을 늘릴 수 있어 BIS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향후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될 수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이유입니다.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하고 최근에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는 등 실탄을 마련했던 하나금융지주가 정관을 바꿔 자본확충에 대비하는 것은 향후 언제든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지난해말 하나금융의 BIS비율은 13.95%로 KB금융 14.48%, NH농협금융 14.01%에 이어 은행금융지주 중 세번째로 높았습니다. '위험 경고등'이 켜지는 10%보다 4%포인트 가량 높습니다. 금감원 역시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감내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월기준 금융지주의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대표적인 위험가중자산인 대출 중 절반 가량은 기업대출입니다. 코로나19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가계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하나금융의 건전성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0.48%, 0.30%로,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올해 경기가 안좋을 것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작업을 지난해 진행했습니다.

결국 하나금융지주가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의 발행 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은 향후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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