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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배구조 2020]농협금융, 4년마다 독립경영 도마에

  • 2020.03.16(월) 15:03

금융-경제사업 분리 8년..중앙회장 선거때마다 원칙 논란
금융지주 임추위 4년마다 '무력화'..CEO 임기도 짧아
3월 주총, 지주 회장-사외이사-은행장 누가될까 관심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는 매년 어떤 기업보다 주목받는다. 지배구조 때문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특별한데 명확한 대주주가 없어 금융 지배구조 리스크는 곧 경제 리스크로 인식된다. 올해 정기주총을 앞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와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 [편집자]

최근 NH농협은행장이 사퇴하고 개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은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숙제라는 평가다. 이미 지난해 12월 임원추천위원회와 주총을 거쳐 연임이 확정된 은행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장이 바뀌자 사표를 냈고 임추위는 또 다시 새 은행장 후보 추천작업을 진행중이다.

농협중앙회가 신용(금융)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를 한지 8년이 지났지만 농협중앙회장이 바뀌는 4년마다 계열사 CEO들이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대주주란 점에서 CEO인사가 자유롭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신경분리때 제시됐던 금융지주의 독립적인 경영과 지배구조 체제가 유명무실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 신경분리 8년…여전한 농협중앙회의 입김 

2012년 정부는 농협중앙회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을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으로 분리하는 신경분리를 단행했다. 각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시켜 각자 특성에 맞는 독립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단위농협의 기능인 상호금융과 농업인 교육지원 부문만 남기고 유통‧제조‧식품사업은 농협경제지주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산업은 농협금융지주로 분리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금융지주사 지분구성이 다양한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보니 농협금융지주는 구조적으로 농협중앙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융지주 계열 CEO 선임이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마다 선출되는데 이때마다 이미 절차를 거쳐 선임된 계열사 CEO라도 사표를 제출해 중앙회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

지난 1월31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된 이후 이달 3일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들이 사의를 표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 농협중앙회 계열사 대표들 역시 사의를 표했다.

이 중 이대훈 농협은행장 사표는 수리돼 장승현 수석부행장이 은행장을 대행하고 있으며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행장을 뽑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4년전에도 김병원 회장이 선출되자 이경섭 농협은행장,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 등이 사표를 제출했다. 다만 김병원 회장은 이를 반려한 바 있다.

◇ 4년마다 머쓱해지는 '임추위'-경영 연속성 떨어지는 'CEO 임기' 

문제는 농협금융지주가 금융의 특성을 반영해 체계화 한 지배구조가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는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이사회 운영위원회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지배구조 정점인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파견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 사외이사, 감사위원, 자회사대표이사 등을 추천한다. 임추위는 특히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지주 회장은 제외된다.

국내 일부 금융지주사는 회장 선임을 위한 회장추천위원회와 자회사 대표를 선임하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분해 운영하거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참여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금융 임추위 권한은 겉으로는 강력하다.

그럼에도 임추위가 추천해 주총에서 선임된 CEO라도 새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되면 '재신임을 묻기 위한 사의 표명-사표 수리-재선임을 위한 임추위 절차'를 밟는 상황이 4년마다 재연되는 것이다.

농협금융 CEO들의 임기가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짧은 것도 특징이다. 이때문에 '경영의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통상 2년에 1년 연임 가능, 계열사 대표의 임기는 1년에 1년 연임 가능 정도로 운영된다. 지주사 회장 외 계열사 CEO는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통상 3년,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2+1년인 것에 비해 짧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경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4년마다 도래하기 때문에 지주 회장, 계열사 대표의 임기를 맞출 수 밖에 없어 임기가 짧은 것"이라며 "다른 금융지주와 계열사도 임기가 짧아 경영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농협금융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3월 주주총회, 지주 회장·사이외사 4명-농협은행장 선임 

올해 3월 농협금융지주 주주총회 핵심 안건은 '인적' 변화다.

KB금융지주가 이사회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우리금융지주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정기주총 주요안건으로 올린 것과 달리 농협금융지주는 지주 회장, 사외이사 선임이 핵심 안건이다.

오는 30일 농협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내달 임기가 종료되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과 이달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준행, 김용기, 박해식, 이기연 사외이사 거취를 정해야 한다.

앞서 24일에는 농협은행 임시주총을 열어 새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 임추위는 3일 사의를 표명한 이대훈 행장을 이어 은행장을 맡을 후보군을 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7일부터는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업계에서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재임때 좋은 실적을 이어갔고 김용환 전 농협금융회장이 2년의 임기를 채우고 1년 연임한 전례가 있는 만큼 김광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농협은행장의 경우 임추위는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이창호 NH선물 대표, 손병환 농협금융 부사장, 오병관 전 농협손보 대표 등이 포함된 10명 가량의 롱리스트를 꾸렸으며 이번주 중 단독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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