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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셀프연임' 차단법 서두르는 이유는

  • 2020.06.24(수) 16:15

금융위, 21대 국회에 지배구조 법률개정안 재상정
3연임 앞둔 윤종규·4연임 명분 김정태 회장 겨냥?
거수기 역할 사외이사진 향한 경고 메시지 분석도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안을 재차 추진하고 나섰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국무회의 처리와 함께 국회 재상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3연임이 유력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 왼쪽)과 4연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경고장'을 보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셀프연임' 차단 못 박는 금융위 

금융위는 지난 23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물론 이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참석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을 막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애초 지난 2018년 9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금융위는 이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상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6월 5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금융위가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법률 개정안은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보험업법 개정안 등 3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금융위가 해당 개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 금융권에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게 경고 시그널을 준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은 각각 올해와 내년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김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날 임기가 끝난다.

다만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미 회추위와 사추위 등에 회장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배구조를 정비해 놓은 상태다.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두 회장 모두 차기 회장은 물론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도 관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윤종규·김정태 회장에 경고 시그널?  

그런데도 금융위가 개정안 입법을 서두르자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 더 나아가 '장기집권'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더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윤종규 회장은 사실상 3연임 도전이 유력시되며, 뚜렷한 대항마가 없어 3연임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과거 지배구조 문제로 흔들리던 KB금융을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만큼 성과와 평판도 좋다.

하나금융 역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던 함영주 부회장이 DLF(파생결합증권)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자 소송에 나선 상황이어서 김정태 회장의 4연임으로 다시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함 부회장의 회장직 도전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그동안 금융지주회사는 국민의 재산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명목 아래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면서 "그만큼 특정인물이 계속 회장직을 연임하는 구조는 바라는 바가 아니며, 윤 회장이나 김 회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4연임 도전이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함 부회장으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긴 했는데 중징계와 함께 김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명분이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 '사외이사 역할 똑바로 해라' 분석도

금융지주 회장보다는 사외이사들을 향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 이상 '거수기' 역할에 머물지 말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KB금융은 2018년과 2019년 총 27번의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중 의사 개진 불참(기권)은 단 한 건(선우석호 이사, 경영진 보상 관련 결정 안)에 불과했다. 하나금융 역시 2018년과 2019년 18번의 이사회를 열었는데 반대 의견은 한 건(이원구 이사, 프로젝트 클로버 투자의 건)뿐이었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들이 앞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더 철저하게 또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외이사들 역시 이사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는 메시지가 개정안에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 과정에서 회장을 배제하는 쪽으로 규정을 정비하긴 했지만 기존 사외이사들을 선임할 당시 두 회장이 모두 관여한 만큼 다시 한번 주의환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현재 KB금융 회추위 의원 7명 중 4명은 2018년 3월 이전에 선임됐는데 당시엔  윤 회장이 사추위 위원으로 참석했다. 하나금융 회추위의 경우 총 8명의 위원 중 7명이 김 회장이 사추위 위원일 당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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