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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배구조 2020]하나금융의 조용함, 그 이면엔

  • 2020.03.18(수) 11:26

이사회, 주요 현안에 비판 목소리
롯데카드 인수전·인터넷은행 지분참여 등 소신 발언
올 주총, 사외이사 전원 유임…내년 회장 임기만료 주목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는 매년 어떤 기업보다 주목받는다. 지배구조 때문이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특별한데 명확한 대주주가 없어 금융 지배구조 리스크는 곧 경제 리스크로 인식된다. 올해 정기주총을 앞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와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 [편집자]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 마감일인 지난해 4월19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에 긴장감이 흘렀다.

하나금융은 롯데카드를 인수해 카드업계를 신한-하나 양강구도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날 이사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전날 김정태 회장,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행장 등 그룹의 수뇌부가 모이는 경영관리협의회를 통해 내부조율을 끝낸 상태였다.

롯데카드 인수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이후 8년만에 시도하는 조(兆) 단위 딜이다. 프로젝트명도 행운을 상징하는 '클로버(Clover)'로 정했다. 언론은 이미 유력후보로 하나금융을 점찍었다.

하지만 이사회 반응이 냉랭했다. 평소 찬성표를 던져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주던 분위기가 이날 만큼은 달랐다. 리스크관리위원장인 박원구 사외이사는 '롯데카드 인수로 다른 사업에 투자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해 열린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처음으로 나온 반대표다.

당시 하나금융은 자회사 투자한도를 의미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자본총액)이 125.6%로 금융당국의 제한 권고치인 130%에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카드를 인수해 실탄을 소모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사회에선 경영진이 너무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카드업황이 좋지 않은데 인수시 긍정적 효과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수가격을 써낼때 유무형의 비용을 최대한 반영하라는 권고도 나왔다. 값을 깎으라는 주문이다.

결국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사모펀드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사회의 우려를 확인한 경영진이 '묻고 더블로 가' 식의 공격적인 입찰경쟁에 나서기는 무리였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 이사회는 거수기?..중요할때 소신파 등장

하나금융 이사회가 경영진의 결정에 반대해 안건 자체를 부결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다. 김정태 회장이 취임한 2012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사회가 퇴짜를 놓은 안건은 5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거수기라는 비판도 듣지만 들여다보면 곳곳에 소신파 목소리가 있다.

지난해 10월 토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기로 했을 때도 하나금융 이사회에선 경영진에 대한 당부가 이어졌다. 규제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세심한 사업전략을 짜야한다는 조언부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전략을 요구하는 주문이 나왔다. 이사회 내부에선 토스가 되레 하나은행 고객을 잠식할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전조율을 거쳐 안건이 상정돼 실제 부결되는 사례가 많지 않을 뿐 이사회의 검증을 통과하는 게 호락호락하진 않다"고 말했다.

2018년 초 김정태 회장의 연임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하나금융 이사회에선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KB금융지주 출신의 양원근 사외이사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 회장의 연임에 반대의견을 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성공적 합병, 사상최대 실적 등을 이유로 회추위원 7명중 6명이 김 회장을 추천해 묻히고 말았지만 그의 소신 투표는 거수기 논란을 불식시킨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 이사는 그해 3월 임기만료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 올 주총, 이사회 사외이사 전원 재선임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선 그동안 활동해온 사외이사 8명 전원에 대한 재신임을 묻게 된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운영의 연속성을 감안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지 않고 기존 인물로 후보군을 채웠다. 임기는 1년이다.

이번에 선임될 이사회가 주목을 받는 건 이들에게 차기 회장의 거취가 달렸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회장직을 세번째 수행 중인 김 회장이 내년 주총을 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최근 변수가 생겼다.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인 함영주 부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지난달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대로면 임기가 올해 12월까지인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은 불가능해진다.

김 회장의 재등판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같은 구도와 무관치 않다. 이번에 재선임될 예정인 윤성복·박원구·차은영 사외이사는 2018년에도 회추위원으로서 김 회장의 연임을 찬성했다. 특히 윤성복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이자 회추위 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규정상으로는 연령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나금융은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로 정해뒀다.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더라도 이후 열리는 정기주총까지는 임기가 보장된다. 1952년 2월생으로 내년에  만 69세가 되는 김 회장은 한번 더 연임할 길이 열려있다.

다만 금융지주회사 회장 중 4연임을 한 전례가 없고 과거 연임 문제로 감독당국과 갈등을 빚은 터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에서는 함영주 부회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함 부회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처럼 금감원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에 나설 것인지다. 함 부회장의 대응에 따라 차기 회장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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