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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노믹스 비상]진입장벽 낮추니 혁신이 찾아왔다

  • 2020.05.14(목) 14:54

[비즈니스워치 창간7주년 기획 시리즈]
인터넷은행 무서운 성장…빅테크 시대 열려
기존 금융사 변화-도태 갈림길…"적기 규제완화 필요"

인터넷은행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중은행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지점인데요. 금리인하가 어렵습니다."

시중은행에 3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둔 직장인 A씨는 최근 이 은행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오전에 모바일 앱에서 금리인하 신청단추를 눌렀는데 서너시간 지나 앱이 아닌 은행 직원에게서 답변이 왔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선 1분만에 확인할 수 있는 걸 A씨가 거래한 은행은 사람이 직접 자격여부를 확인해 전화로 일일이 통보하는 올드한 방식을 썼다. 신청만 앱으로 이뤄진 반쪽짜리 디지털화다.

이 은행 관계자는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통보해주도록 전산을 개발 중이지만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 무늬만 디지털 고객 빼앗겨

출범한지 3년도 안된 카뱅이 길게는 1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시중은행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은 건 고객이 원하는 걸 제대로 긁어줬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 없이 계좌를 만들 수 있고, 몇백원씩 내야했던  송금수수료도 없앴다. '26주 적금'이란 걸 만들어 저축하는 재미를 더해준 것도 시중은행이 아닌 카뱅이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 은행이 카뱅처럼 앱을 만들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렸으나 부서별 이해관계가 달라 결국 실패했다"며 "고객은 카뱅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중은행은 카뱅을 못따라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Big Tech·대형 기술기업)'가 금융을 장악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 태풍의 눈이 된 카뱅

금융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유용한 기능을 숨바꼭질하듯 꼭꼭 숨겨놓은 은행 앱에 지친 고객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카뱅 가입자는 어느덧 12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은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길을 가다가 편의점 ATM에서 돈을 뽑아도 수수료 한푼 내지 않는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전월세 보증금(대출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카뱅이 처음이다.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배정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익숙했던 시중은행들에게 카뱅의 방식은 낯선 실험이자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공포였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우리회사 직원도 카뱅을 쓰더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본 게 실수였다"고 했다.

◆ 케뱅까지 안착했더라면…뒤늦은 규제완화

케이뱅크까지 가세했다면 시중은행의 변화는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케뱅은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으로 출발했으나 대주주 규제로 자본확충이 막히면서 지난해 4월 이후 대출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뒤늦게 국회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법률안 개정안을 지난달말 통과시켰지만 늦은 감이 있다. 케뱅의 대주주로 올라서려던 KT의 출자가 막히면서 케뱅은 BC카드를 새 주인으로 영입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혁신성을 은행에 접목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던 애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금융회사와 금융회사간 동종교배만 남은 것이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케이뱅크를 인가해놓고 신규출자를 못하도록 막아 사실상 좀비은행으로 만들었다. 좀더 일찍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도록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내년 토스 출격…위기의 시중은행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들은 또 한번의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창구 중심의 영업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넷마블 등 ICT 기업들까지 금융업에 뛰어들면 오프라인을 통해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것 외에는 두드러진 차별성이 없는 시중은행들의 위기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당장 내년에는 회원 1700만명을 둔 핀테크기업인 토스가 은행업에 진출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달 토스는 2015년 설립 이후 첫 월간흑자를 기록했다. 언택트에 강점이 있는 기술기반 회사에 코로나19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는 걸 입증한 사례다.

ICT업계 관계자는 "금산분리라는 거대한 진입장벽 안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던 은행들 앞에 변화할 것인지 과거에 머물러 도태할 것인지 선택지가 놓인 것"이라고 했다.

◆ 보험도 격랑 속으로…온라인 손보사 등장

변화는 은행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보수적인 업계로 꼽히던 보험권에서도 지난해 10월 국내 첫 온라인손보사인 캐롯손보가 출범했다. ICT기업인 SK텔레콤과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출자했다. 설계사 없이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100% 온라인으로만 가입이 이뤄진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필요할 때만 보험을 활성화하는 스마트온 서비스와 매월 탄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 등을 내놓으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직까지 보험은 온라인만으로는 안된다'며 캐롯손보의 성공적인 정착을 미심쩍어하던 보험업계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발빠르게 동참한 곳은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캐롯손보에 이어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시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페이가 지분의 70% 내외, 삼성화재가 15~20%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분구성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변수로 남아있다. 금산분리 기조로 인해 10% 이상 지분 보유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아닌 IT기업이 보험사 대주주가 되는 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신사업·M&A 등을 위한 규제완화가 절실

핵심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줄고 있는 카드사들은 규제완화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카드사는 가계대출, 할부 등을 과도하게 늘리지 못하도록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배율을 6배로 제한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8배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등으로 향후 우려되는 자금경색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을 확대할 수 있고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는 신사업 진출 여력도 생긴다.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방대한 결제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사업 등으로 발이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저축은행은 M&A 규제 완화가 검토됨에 따라 대형화를 비롯해 전국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없고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 간 합병도 금지돼왔다.

다만 코로나19로 대출규제 완화 및 대출만기 유예 등으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할 수 있어 차후 이에 따른 건전성 규제 완화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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