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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노믹스 비상]국회·정부, 대응속도 높여라

  • 2020.05.19(화) 10:20

[비즈니스워치 창간7주년 기획 시리즈]
기술속도 못 따라가는 법·규제로 속앓이
사전 대응 못할 바엔 규제 대폭 줄여야

"택시보다 비싼 서비스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는데 그걸 멈추게 한 국가의 국민이라서 죄송하고, 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미연에 그런 사태를 막지 못 해서 죄송하고, 지금도 누군가는 '타다 활성화다' '타다가 타다를 접은거다'라고 주장하는 현실에 마음이 쓰립니다"

장병규 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5월초 SNS에 올린 글이다. 위원장 재직 시절엔 공개적으로 말못하다가 왜 퇴직 후 말문을 열었는지는 의문이다. 당분간 인터뷰 사절이라고 하니 달리 물어볼 길도 없다.   

다만 전직 총리급 위원장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국회와 정부 규제로 사라진 '타다 베이직'이 우리나라 규제 개혁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올 단골 사례가 된 것임은 분명하다. 

규제 개혁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또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다. 

그는 작년말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고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의 상황을 개탄하면서 규제개혁에 나서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박 회장은 "기득권 장벽이 너무 고착화돼 젊은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면서 "사업에 대한 확장과 글로벌화를 고민하는 기업가들이 기득권 장벽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싸워야 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각종 경제·규제개혁 입법 촉구를 위해 20대 국회 기간, 국회를 16회나 찾았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중단되는 일이 항상 반복됐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며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 기득권 눈치에 낡은 규제 붙들고 있어

최근 IT와의 융합서비스가 개발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커머스, 모빌리티, 부동산, 금융뿐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 공장 조차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다. IT 기술이 의료 서비스에 부가되면서 편리성·효율성이 높아지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의사의 단순한 소견(예를들면 "검사결과 이상없으니 다음 정기검진 때 오세요")이라도 듣기 위해선 진료예약을 하고 병원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또 스마트워치만 착용해도 수시로 혈압을 측정, 환자 데이터 기반의 진료 및 처방전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의료법상 불가능하다. 현재 의료법 34조는 의료기관-의료기관 간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지방의 중소 병원이 영상으로 수도권 대형 병원의 도움을 받아 환자를 진료하는 수준이다. 

결국 원격의료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한국내 서비스가 안되니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을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3분기께 혈압 측정 애플리케이션(앱) '삼성 헬스 모니터'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국내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이미 지난 18대 국회 때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의료계 반대로 매번 무산됐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가 원격의료 논의를 시작하면서 불씨를 살리고자 나섰지만 이해관계 이익집단의 반대로 다시 충돌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미디어 광고 등을 통해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한계가 분명한 비대면진료를 권장하고, 공공의료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기 보다 그저 공공병원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의사 수를 늘이겠다는 것이 진정 코로나19에서 배운 교훈이란 말인가"라며 원격의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의협은 이 상황을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고 봤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료계가 헌신적으로 나서 위기대응에 일조했더니 이제 쓸모 없다는 식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미디어에 낸 원격의료 반대 광고

◇ 기술발전 못 따라가는 규제 수두룩

대한상의가 작년 발표한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는 낡은 규제 틀로는 신산업의 출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산업을 융복합하는 신산업은 최소 2~3개의 기존 산업들이 받는 규제를 한꺼번에 적용받고 있다. 한 청년벤처 기업인은 "융복합 신산업의 스타트업이 모든 규제를 다 지켜서 사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며, 이런 현실에 사업을 접을까 몇 번이나 고민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신산업의 규제 틀을 제대로 갖춰 주지 않는 소극 규제도 문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극 규제는 기존 산업과의 이해관계로 새로운 산업 발생을 지연시키는 장벽이자, 새로운 산업에 적합한 규제 인프라가 없어 기업이 신산업을 추진하는데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사업 출현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편에선 정부가 소극 규제 해결 차원에서 규제 샌드박스로 신산업에 길을 터주고 있다. 하지만 법령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규제샌드박스와 같은) 지원과 노력들이 개별 부처, 분야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면 정책의 효과성과 지속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면서 "언택트 경제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추진 기반 마련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작년 발표한 기업들의 규제개혁 체감도 역시 하락했다.

규제개혁 불만족 기업들은 관행이나 재량에 좌우되는 '보이지 않는 규제' 해결 미흡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또 응답기업의 8.2%는 신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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