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800원 후반대였던 원·엔 환율(매매기준율)이 이달 980원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7월 100만엔 엔화예금을 들었다면 이달 인출 시 100만원 이상 차익실현이 가능하다. 엔테크족(엔화로 재테크하는 사람)들은 출금을 서두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엔 환율 오름세에 엔화예금 인출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8995억엔이다. 10일 전(9004억엔)보다도 9억엔 더 줄었다. 이달 말일까지 인출이 지속된다면 엔화예금 잔액은 2023년 5월(7259억엔) 이후 21개월 만의 최저치로 기록된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30%나 줄었다. 당시 월평균 원-엔 환율이 875.88원까지 떨어지면서 엔화예금 잔액은 1조2895억엔까지 치솟았다. "은행 예금보다 엔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 엔화예금 잔액은 이후 연말까지 매달 1조1000억엔대를 유지했다. 2023년 9월부터 시작된 엔화예금 잔액 1조엔대 기록도 이어갔다.
이 기록이 깨진 건 올해 2월(9035억엔)이다. 올해 2월 평균 원·엔 환율은 952.59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5월(969.37원) 이후 가장 높다. 800원 후반대나 900원 초반대에 엔화예금을 들었다면 '차익실현'이라는 구미가 당길 만한 수치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2년 950원대로 엔화예금을 시작한 고객들에게는 원금 회복의 기회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까지 포함 시 엔화예금 잔액은 두 달 연속 1조엔을 밑돌게 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1~20일) 평균 원·엔 환율은 977.91원이다. 지난해 엔화예금에 100만엔을 넣어뒀다면 적게는 43만원에서 많게는 103만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날 원·엔 환율은 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엔화 강세가 나타날 여지가 크다"면서 "환테크에 뛰어들었던 고객들이 엔화예금을 청산할 가능성도 비례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엔화예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으니 잔액 증감이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 움직임은 눈여겨보고 있다. 일본과 거래 중인 국내 기업들은 엔화로 대출을 받곤 하는데, 최근 이자 부담에 대출 상환을 서두르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엔화대출 잔액은 6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