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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첨병들]주말에 영화보면 신용등급 오른다?

  • 2020.09.18(금) 08:00

'알다' 운영하는 김형석 팀윙크 대표 인터뷰
비정형 데이터 활용해 신용평가 보완

"주말에 꾸준히 영화를 한두편 보는 습관이 있다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는 요인을 이미 갖춘 겁니다."

처음 들었을 땐 아리송했다. 영화와 신용등급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김형석 팀윙크 대표는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의 행동정보를 보면 무엇이든 주기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영화감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외식을 많이 하면 신용등급에는 흠이 날 수 있다. 돈 관리가 느슨하다는 시그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정보만으로 신용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 기존 신용평가 정보를 보완할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정보는 모바일 앱을 통해 모아진다. 모바일 앱에 공인인증서를 연동시키면 카드사용 내역과 입출금 내역 등을 불러올 수 있는데, 해당 정보를 기존 신용평가 정보에 보완해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팀윙크는 이 같은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현재 금융회사들과 사업방안을 논의 중이다.

2018년 3월 김 대표가 설립한 팀윙크는 그간 고객의 신용등급 올리기에 주력해왔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통신요금 등 정보를 제공해 신용을 올리는 기능이 대중화됐지만 해당 기능을 처음 시장에 선보인 곳이 바로 팀윙크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앱 '알다'를 통해서다.

지난 15일 오후 여러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는 공유오피스 빌딩인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1977년생인 김 대표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대기업에서 쌓았다.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LG전자와 SK플래닛, JTBC플러스 등에서 주로 신사업 개척 업무를 맡았다. 업권을 불문하고 모두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변하는 모습을 보고 금융시장에 가능성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고 한다.

김형석 대표이사 주축의 팀윙크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통신요금 납부내역 등 정보를 수집해 신용등급 상승을 돕는 모바일앱 '알다'를 운영하고 있다. 저신용자 신용등급을 올리면 금융서비스 문턱이 낮아지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금융시장이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알다는 정확하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 금융시장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신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금융이력이 충분하지 않은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도 제도권 금융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씬파일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8% 정도라고 한다. 이들을 5년간 추적한 결과 신용등급이 올라갈 확률이 50%가 넘는다. 금융기관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 어떻게 가능한 건가
▲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했다고 보면 된다. 모바일 앱에 공인인증서를 연동시키면 카드사용 내역과 계좌 입출금 내역 등 정보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신용평가 정보를 보완할 수 있는 비정형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28개 요소를 세분화해 점수 구간을 만들었다. 주말에 꾸준히 영화를 한두편 보는 습관이 있다면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요인이 된다. 생활 속에서 무엇이든 주기적으로 한다는 게 상당히 중요하더라. 실제 최근 3개월 이내 영화관에서 결제를 몇건 이상 한 사람의 신용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신용도와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 다른 요소들은
▲ 주말에 외식을 얼마나 하는지도 중요한 정보다. 주말 삼시세끼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경제 관념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네에서 먹는지, 시내로 나가는지도 중요하다. 최근 3개월 동안 평잔 금액이 '영(0)'을 몇번 찍었는지도 본다. 횟수가 적을수록 유리하다. 상장회사에 다니는 신용등급 2등급 고객과 신용등급 5등급의 연체이력 있는 소상공인 고객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 신용을 평가하면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보이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저신용자역시 갖고 있다면 등급을 올려볼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빚을 졌을 때 갚을지 안 갚을지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 성공할 수 있을까
▲ 국민연금, 건강보험, 통신요금 납부내역 등 정보를 모바일을 통해 올리면 이를 신용평가사에 전달해 신용을 올려주는 이른바 신용 올리기 서비스를 처음 시장에 선보인 게 우리다. 현재 알다의 다운로드 횟수는 96만건, 유저는 33만명 정도다. 누적 신용상향 점수는 133만점, 누적 대출한도 승인금액은 7000억원이 넘는다. 대출 고민이 많은 30~50대 고객이 전체의 81% 정도고 이중 중저신용자가 70% 정도다. 현재 저축은행 25곳과 카드사 4곳 등과 제휴를 맺고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이 순항하면 금융기관은 마케팅 비용 등과 같은 원가비용을 낮출 수 있어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이사는 "금융시장은 승자독식 플랫폼 시장보다는 특화된 상품을 전면에 내건 개별 회사들이 공생하는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며 "서비스의 정교함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변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돈섭 기자/dslee@]

- 마이데이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는데
▲ 알다로 신용등급을 올리면 그에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거다.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공인인증서나 특정기관 개인정보 등을 활용해야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면 고객 인증만으로 데이터를 끌어올 수 있게 된다. 인가 심사에 통과하려면 사업계획과 물적요소가 중요한데, 현재 필요한 여건은 모두 갖춘 상태다. 현재 20여명인 인원을 내년 8월까지 4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광고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금융을 쇼핑하는 시대가 올 것이고 더 많은 채널에 추천 모델을 만들어 편하게 활용케 하는 것이 목표다. 마이데이터 준비를 하면서 금융업권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에서 제휴 요청이 들어오고 추가 투자도 받았는데, 빅테크 의존도가 높아지면 룸이 좁아지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 것으로 해석한다.

- 팀윙크 입장에선 기회가 아닌가
▲ 능선을 잘 넘어가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면 끝나는 거다. 토스와 뱅크샐러드, 네이버, 카카오에 기존 금융기관이 전부 경쟁사다. 그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웃음) 금융시장은 승자독식 플랫폼 시장보다는 특화된 상품을 전면에 내건 개별 회사들이 공생하는 환경으로 바뀔 것이다. 특정 서비스 론칭 유무가 아니라 서비스의 정교함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지금 가장 어려운 점은
▲ 인력 수급이 제일 힘들다. 망 분리와 보안설비 작업 등에 투입할 직원이 필요한데 빅테크 기업이 개발자를 싹쓸이하면서 사람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기존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 2018년 3월에 설립했는데 알다는 그해 7월에 론칭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 아닌가.
▲ 스타트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출시 일정을 앞당기면 앞당길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빨리 움직일 것 같다. 지금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정면승부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가 됐다. 규제 역시 촘촘해지고 있어 스타트업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팀윙크와 같은 플랫폼 회사는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금융회사와 달리 중립성을 갖고 여러가지 상품을 소싱, 연계해야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신용 올리기, 대출이자 줄이기, 맞춤대출 찾기 등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다. 내년 상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고 생존 모델로 전환하려고 한다.

- 기존 금융권에선 알다와 같은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지 못했을까
▲ 콜롬버스의 달걀 세우기와 비슷한 것 아닐까. 보기엔 쉬워도 직접 해보면 어렵다. 사실 업권을 불문하고 새로운 생각이 나오는 시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주요 전자제품 메이커들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출시하는 시기가 다 비슷하지 않느냐.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고 기술이 나왔을 때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신사업을 끌어가는데 오너십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 처음 아이디어를 어떻게 냈는지 궁금하다
▲ 대출을 받으면서 힌트를 얻었다. 대출 중개인과 얘기하는데 미덥지 않더라. 인감 잘못 찍었다가 계약을 날리는 것 아닐지 불안했다. 인터넷에서 만원짜리 상품을 살때 500원 아끼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대출금리 0.1% 줄이는 것에 무감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금융기관 다니는 친구들에게 얘기하면 금융을 모른다고 하는데 뭘 모른다고 하는 건지,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겠더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금융업권만 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알다라는 이름도 '알고싶다, 알려주다'에서 나왔다. 과거 직장생활 중 신사업 영역에 관여했던 경험도 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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