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금소법이 뭐길래…'졸속 추진 vs 과잉대응' 논란

  • 2021.03.29(월) 15:32

은행, 대출 시 펀드 가입 원천차단…과잉 대응 논란
금융당국 졸속 추진 비판도…소비자 선택권만 제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개인 고객이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 전후 한 달여간 펀드나 ELS 등을 아예 팔지 않기로 했다. 

지난 25일 시행에 들어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불공정한 금융상품 끼워팔기 이른바 '꺾기' 근절을 위해 대출 고객에겐 일정기간 펀드와 금전신탁 등 일부 투자성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소법은 대출금액을 기준으로 판매금액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시중은행들의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반대로 금융당국이 졸속으로 금소법을 추진하면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개인 고객이 대출을 받는 경우 그날을 기준으로 한 달간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금융당국 '꺾기는 이제는 그만'

금소법은 일부 은행들이 대출 취급 시 다른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이른바 '꺾기'를 근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소법 감독규정은 대출성 상품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최초로 이행된 날 전후로 1개월 내에 체결한 보장성 또는 투자성 상품 계약 등은 불공정 영업행위로 본다.

금융소비자가 신용대출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앞뒤로 한 달간 같은 은행에서 방카슈랑스(보장성 상품)나 펀드 및 ELS(투자성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보험은 금소법과 관계없이 일반 차주에 대해 월납입액이 대출금의 1% 이내인 경우에 한해 허용해왔다"면서 "금소법 시행과 함께 불공정한 금융상품 끼워팔기 관행을 불식하기 위해 개인 차주에 대해 펀드, 금전신탁 등 일부 투자성 상품의 끼워팔기를 제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성 상품이라도 납입액이 대출금액 대비 1000분의 10을 넘지 않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가령 1억원의 대출을 받은 경우 월 납입액이 100만원 이하인 보험은 가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일부 은행 원천차단…"1호가 될 순 없어"

문제는 금소법은 대출금액 대비 가입금액을 기준으로 펀드나 방카슈랑스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데 일부 은행들은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는 데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대출이 있는 경우는 펀드, 퇴직연금계좌(IRP)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금액에 상관없이 원천차단했다"면서 "금소법 준수를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대출 시점을 기준으로 금융투자상품은 물론 방카슈랑스 가입 역시 금지했다"면서 "금액과 상관이 없이 가입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의 과잉대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금소법 위반을 의식해 아예 투자성 상품 판매를 접으면서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회사의 책임이 더 커졌다"면서 "도입 초기인 만큼 본부부서도, 영업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혹시 모를 불상사를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타깃이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금소법에 과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 과잉 대응 vs 졸속 추진

반면 금융당국의 금소법 졸속 시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란 평가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과도한 대응은 그만큼 금소법에 대해 감독당국과 금융회사의 체감 온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프로세스 전면 중단하고 재검토에 나서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대출을 받아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산운용의 방법 중 하나"라며 "한 은행에서 여러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이를 차단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금융회사와 소비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는데 금융당국은 금소법 안착을 위해 업계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간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7개 금융협회와 간담회를 가졌고, 다음달 1일부터 은행을 시작으로 각 권역별 CEO들과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