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유탄이 마이데이터로 튀면서 일부 사업자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사업 시행 한달 여를 앞둔 상황에서도 당국은 여전히 핑퐁게임만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근거법인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부 수습에 나섰으나 개별법에 가로막혀 해법을 찾지 못한데다, 당국 내 담당부서도 여럿으로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지 않고 있어 진행이 더디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수요조사 후 '감감'
20일 핀테크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까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핵심사업으로 하는 핀테크업체들에 서비스 재개를 위해 필요한 규제적용 특례가 무엇인지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금융당국이 빅테크를 포함해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플랫폼 내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다수를 '금융소비자법' 상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보고 서비스 중단 및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25일부터 빅테크를 비롯한 핀테크사들이 일제히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기에는 고객 데이터를 한데 모아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이 핵심 업무인 마이데이터 사업자도 포함됐다. ▷관련기사 : 빅테크 규제한 금소법, 마이데이터로 불똥 튄다(9월17일)
12월 1일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주요 서비스가 막힌 핀테크 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신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금소법상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대리하거나 중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개별법에 발목이 잡혔다. 보험업법 시행령상 금감원 검사 대상인 경우 보험대리점 등록을 할 수 없는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검사대상에 포함돼 원천적으로 보험대리점(GA) 등록이 불가능하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핵심 사업인 인슈어테크,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소법에서 튄 불똥을 신정법에서 잡으려 했지만 보험권 법안과 상충하면서 불길을 잡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플랫폼의 GA 등록 허용은 당국이 지난 3월 올해 업무계획으로 밝혔으나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 '답답'…당국은 핑퐁게임만
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규제를 일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특례를 통해 법안 개정까지 시간을 버는 우회로를 찾겠다는 복안인데, 문제는 우회로 역시 언제 가능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수요조사 후 업체별로 각기 상황이 다른 만큼 이를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는지 별도의 다른 방안이 있는지 당국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당국이 샌드박스로 우회로를 선택했는지 여부도 아직 확실치 않다. 금융위 보험과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며 "결정은 금융혁신국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샌드박스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예단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라며 "신청이 들어와도 업체에서 금소법 적용대상인 중개행위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건지, 중개행위로 보되 보험대리점 등록 없이 중개행위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지 여부에 따라 또 담당부서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위 금융혁신과에서는 데이터정책과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고, 데이터정책과에서도 자체 담당이 아닌 규제 특례(금융규제 샌드박스) 해당 부서와 보험과에서 담당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수요조사를 실시한 금감원 역시 샌드박스 진행상황은 "알 수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금감원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샌드박스로 길을 터주겠다고 결정됐다는 내용을 듣지는 못했다"라며 "빅테크와 핀테크 차이를 비롯해 전자금융업자이면서 신용정보업을 영위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등 업체들의 상황이 모두 다른데다 담당 부서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들을 손질해가며 접근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담당하는 부서와 핀테크 업체 담당부서, 규제샌드박스 부서, 금소법과 보험업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모두 달라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보험과에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받는 금융위 산하기관인 핀테크혁신센터에 해당 사안이 신청되면 기존과 똑같이 처리해 달라는 원론적인 내용만 전달했을 뿐이다.
이에 핀테크 업체들만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금감원 각종 부서에 연락을 받았고 다들 어려운 상황을 이해한다고 한다"라며 "하지만 정작 다음 상황이나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핀테크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샌드박스 신청을 해도 통상 당국심사를 거쳐 의결되기까지는 2~3달이 걸린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에 맞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던 핀테크 업체들은 지금 샌드박스 신청을 한다고 해도 서비스 재개까지 적어도 2~3달여를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