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산업이 핵심인 정보 전송방식을 바꾸며 다시 출범했다. 이미 금융회사들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어 '잘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새로 펼쳐지는 마이데이터 산업을 통해 금융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와 이 산업의 현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는다.[편집자주]
금융권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산업)이 스타트를 끊는다. 출발선에는 60여개에 달하는 경쟁자들이 줄을 섰다. 은행과 보험, 카드, 증권을 비롯한 기존 금융업계는 물론 핀테크 등 신산업 사업자들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저마다의 뚜렷한 색깔은 보이지 않는다. 사업 초기다 보니 대다수 서비스 참여자들이 정보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자산관리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초반 승기를 잡고 살아남으려면 빅데이터 분석 능력에서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산관리'만 보이는 마이데이터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본허가와 예비허가를 받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업체는 총 58개사다. 은행과 보험, 증권사를 비롯해 핀테크‧빅테크 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 등 분야도 다양하다.
업권 별로 주요 제공정보도 다르다. 은행은 예‧적금 계좌잔액과 거래내역, 대출잔액 등의 정보를, 보험사는 주계약과 특약사항, 보험료 납입내역 등을 제공한다. 증권사들은 주식 매입금액과 평가금액, 통신사들은 통신료 납부와 청구내역, 소액결제 이용내역 등의 정보를 주로 다룬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데이터 업체들이 바라보는 곳은 '자산관리' 서비스 하나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제공되는 정보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분야가 자산관리인 까닭이다. ▷관련기사: [마이데이터 리셋]①'내 정보는 내 거'라는 의미는?(12월10일)
은행들은 개인신용정보 등을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자신들의 강점인 소비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비진단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은행‧카드‧보험 등 흩어져있는 금융정보를 모아 자산관리를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핀테크‧빅테크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제공되는 금융 정보를 활용해 총자산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해 정보 분석을 통해 자산관리 기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대다수 업체가 자산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허가제이긴 하지만 다수 업체가 참여하고, 서비스도 비슷하다 보니 초반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취합한 개인 금융정보로 손쉽게 활용 가능한 게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여서 사업 초기 단계에선 서비스 차이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 능력=경쟁력'
마이데이터를 이미 활용하기 시작한 유럽과 미국 등에선 다양한 형태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개인정보 플랫폼 회사를 목표로 하는 영국의 디지미(Digi.me)는 금융기관은 물론 정부기관과 건강관리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 뿐 아니라 건강과 교통 등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출근길이나 적합한 상품, 다양한 할인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핀테크 기업인 인튜이트의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인 민트(Mint)도 마이데이터를 활용한다. 민트는 금융계좌정보를 수집해 이용자들에게 통계나 그래프 등으로 재무 상태나 지출 현황, 투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이용자들의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민트를 통해 상품을 가입하면 해당 회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2007년 9월 출시된 민트는 1년 뒤인 2008년 이용고객이 30만명에서 2009년에는 100만명으로 급증했고, 이 시기 인튜이트가 민트를 인수했다. 현재는 이용자가 2000만명이 넘는다. 이런 사례는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 초기라 효율성이 높은 자산관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자산관리 서비스에서도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고,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정보 분석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춰야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을 때 경쟁력 있는 신사업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마이데이터 업체들이 확보하는 정보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여기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보 분석 능력이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고 그 지점에서 고객의 선호도 역시 갈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들이 한눈에 자산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집중해 고객들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라며 "고객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면 금융 활동과 소비행태 등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등의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