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3살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연말 유럽 여행을 목표로 인터넷은행의 만기 6개월짜리 적금에 가입했다. 이 상품 최고 이율은 연 5.5%. 벌써 네 번째 가입이다. A씨는 "금리가 높고 중도해지도 자유로워서 단기간 목돈을 모을 때 자주 이용한다"면서 "매주 증액해 모으는 재미가 있고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성취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만기 1년 미만 예·적금 전성시대다. 저축 기간이 짧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금리는 높아 인기다. 수요를 감지한 은행권에서는 1개월, 6개월 등 단기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프로모션도 단기 상품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
'예·적금=단기·소액', 공식 새로 썼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월말 '궁금한 적금' 시즌 2를 시작했다. 궁금한 적금은 하루 1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는 1개월 만기 상품이다. 3월 말부터 새 프로모션도 시작했다. 매일 31일 동안 빼놓지 않고 랜덤 금리를 받아 최대 연 7.2% 이자를 받는 이벤트다. 하루 1분만 투자하면 최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격 조건에 궁금한 적금 가입계좌는 최근 30만좌를 넘어섰다.
이 밖에도 1개월 만기 상품인 '코드K 자유적금'를 판매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1개월 만기 상품을 2개 운영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주변인 추천에 거리낌 없는 3040세대 여성들 호응을 얻어 최근 고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26주적금'은 출시 6년 만인 지난해 10월 누적 개설 계좌 2700만좌를 돌파했다. 단기 예·적금 상품 중 가장 빠른 성장이다. 1000원부터 1만원까지 가입 금액을 선택해 매주 증액하는 재미로 고객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수년간 5%대의 최고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현대백화점그룹, 맥도날드 등과 제휴해 추가 고객 사냥에 나섰다.
1년 이상 예·적금 상품이 주류였던 시중은행들도 고금리 단기 상품에 힘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소액이라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면서 "자금을 몇개월만 묶어두면 되고 중도해지는 자유롭다는 이점이 젊은 층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3개월 미만으로 줄인다
현재 단기 예·적금 상품이라고 하면 6개월 만기가 가장 많지만 앞으로는 1개월, 3개월짜리 만기 상품도 다수 출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래 주 고객층이 될 2030세대는 '즉각적인 반응과 보상'을 선호한다. 가령 30분짜리 영상보다는 1분 미만 쇼츠를 즐기는 문화다. 이 같은 경향이 금융상품에도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요새같은 금리 인하기엔 오랜 기간 은행에 자금을 묶어두기보다는 잠시 예치해 뒀다가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넘어가려는 수요도 단기 상품 출시를 독촉하는 요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9개 예금은행 6개월 미만 예금 잔액은 2021년 1월 77조8808억원에서 올해 1월 198조644억원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50대 이상 소비자도 초단기 상품을 찾고 있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 고금리 상품보다는 단기 상품을 판매하는 게 부담이 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