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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플랫폼 규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놓고 '팽팽'

  • 2021.12.02(목) 09:40

핀테크업계 "동일기능 아냐, 별도규제 필요해" 
법조계 등에서도 '동일규제' 검토 필요성 주장

금융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핀테크업계에서 금융회사와 같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플랫폼에 특혜 없이 금융회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지만, 법조계 등에서도 '동일기능'으로 볼지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읍소 "핀테크, 규제보다 육성할 때"  플랫폼 규제 칼 가는 금융당국 "금융권과 똑같이 취급" 

핀테크업계 "금융사와 다른 별도 규제 필요"

지난달 30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금융플랫폼 영업행위 관련 규제 방향 토론회'에서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금융당국의 동일기능 동일규제 방침은 찬성하지만 금융업과 핀테크의 기능이 동일한가는 의문"이라며 "소비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같을 뿐 도달 메커니즘(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빅테크를 비롯한 핀테크기업들의 금융플랫폼 내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등 다수를 '중개행위'로 보고 제동을 걸면서 핀테크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일부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장 사무처장은 "(금소법 관련) 중개행위 유권해석에 대한 영업규제는 핀테크업체에는 진입규제와도 같다"라며 "영업행위 차이점을 고려한 차별적인 규제체계와 온라인플랫폼에 맞는 영업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EU의 경우 기존 중개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시장참여자가 늘어나자 가격비교 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 원칙을 제시하되 구체적 행위규제를 담고 있지 않은 별도 개념을 도입했으며, 일본 역시 별도로 '금융서비스중개업' 규제를 도입해 올해 시행이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금융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영업행위와 금융회사의 행위가 기능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다"라며 "플랫폼은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직접하기 보다 금융사를 거치기 때문에 기능에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규제차익 형평성 유지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플랫폼의 다양한 영업형태를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는 봐야 한다"라며 "금융플랫폼 행위규제는 플랫폼 운영사업자와 금융소비자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금융소비자의 범위가 넓은 만큼 특정 행위규제로는 금융플랫폼을 바람직하게 규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제한된 것과 관련해서는 "금소법 상 진입규제를 통해 금융플랫폼의 행위를 규제하기 보다 금융플랫폼 성격에 따라 특성에 맞게 행위규제와 등록규제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금융플랫폼에 대한 규제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플랫폼에 금융권 진입 제한을 두기보다 소비자 편익증진에 방점을 둔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소정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금융플랫폼은 반드시 규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면서도 "(플랫폼의) 영업을 막기보다는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 편익증진에 기반을 두고 규제를 만들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소비자 중심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준희 율촌 변호사는 "상품의 비교, 추천 등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진입규제 장벽은 결국 금융소비자 편익을 제한하거나 저해할 수 있어 소비자보호와 함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며 "현재 규제는 공급자(금융사) 중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플랫폼은 양방향 네트워크로 구조가 달라 공급자 책임중심 규제에 대한 변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핀테크가 기원하게 된 소비자 편익증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균형점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합의되거나 제시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제 막 규제를 만들거나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는데다 금융당국은 '빈틈없는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며 보다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빈틈없는 소비자보호' 우선

이한진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플랫폼에 대한 규율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디지털화와 소비자보호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세계 동시대적 문제"라며 "다만 정부의 입장은 빈틈없는 소비자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고 최근 금소법 시행으로 플랫폼에 대한 대리·중개 행위 관련 유권해석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소법 상 중개업 관련 진입규제 논란은 금융뿐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서 테크기업과 기존 사업자들 간에 갈등이 불거지는 영역"이라며 "산업분야의 속성이나 소비자보호 필요성에 따라 중개 범위를 확정해 나가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소법이 2011년 정부입법된 후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9년만에 통과돼 올해 초 시행되면서 그동안에 바뀐 상황들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 과장은 "그동안 플랫폼, 마이데이터를 비롯해 디지털전환, 소비자보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는데 금소법이 너무 늦게 시행돼 안타까움이 있다"라며 "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던 변화들 속에서 핀테크가 활성화된 후 금소법이 시행되다 보니 여러 문제에 봉착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고민 중에 있다"라며 "정부로서는 빈틈없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금융플랫폼에 대한 별도 규제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당국이 이끌어 나가는데 한계가 있다"라며 국회에서 보다 활발한 정책토론과 신속한 입법을 해줄 것을촉구했다. 

한편 정부의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위험 요인이 크다고 봐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금융참여 방식은 제휴·파트너십, 인허가, 그림자금융 등 다양한데 이런 방식이 갖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라며 "동일기능이라고 해도 빅테크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다양한 진입방식을 이용하는 만큼 일체 금융거래 행위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원칙중심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빅테크의 금융참여는 금융 효율성 증가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졌다"라며 "위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빅테크 금융참여가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에 해가 될 수 있어 다양한 위험요인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미·거시적 규제와 공정경쟁 정책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금융권 전문가는 "디지털전환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빅테크,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인데 이들의 진출 방식이나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보니 당국으로서도 규제안이나 규제수위 제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라며 "규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다양한 층위에서 고려가 필요해 해결책을 내기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승범 위원장은 이달 중 핀테크업계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소비자보호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금융소비자 편익과 권익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 논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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