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금융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타공인 금융전문가인 김 실장이 3편에 걸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에는 현 은행권 대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금융당국자 출신으로 그 시스템을 설계하고 정당화해온 스스로를 '명백한 공범'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은행권 대출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여서 향후 금융체계 개편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한국금융 가운데 뚫린 '도넛'"
김 실장의 글을 요약하면 금융권이 당연히 여겨온 위험(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하는 현재의 대출 시장 구조가 중신용자를 시장 밖으로 몰아내고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된 시스템을 만들고 용인해온 금융당국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체계가 중신용자들의 소외로 인해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담보와 과거 이력에만 의존해 고신용자라는 온실에 갇힌 낡은 신용평가 체계를 버리고 미래 위험을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간위험을 감당할 금융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3편의 글은 이재명 대통령의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하냐"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이 "한국 금융이 왜 이렇게 잔인한가"라고 물은 것에 대해 고민 끝에 내놓은 대답이자 금융권에 던진 질문이다.
이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도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으로 돈 버는 게 능사,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금융기관을 제한해 독점 영업하는데 (수익성에 비해) 공공성이 너무 취약해, 포용금융이 금융기관 의무라는걸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나서야" vs "건전성 부담"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필요성을 인식하고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생산적 금융 요구로 대출구조 전환 과제를 수행 중인 은행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정운영 한양대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는 "10년 넘게 지적해 온 부분이나 바뀌지 않았던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선 의지로 읽힌다"면서 "이미 시장에서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 등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왔지만 '리스크 관리'란 이름으로 거절돼 왔다"고 말했다.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평가 체계의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포용금융 관련 항목을 금융회사 핵심 평가와 연결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평가, 인허가, ESG, 사회공헌과도 평가지표를 연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중신용자 대출을 거절해도 계열사인 카드, 저축은행, 캐피탈로 이동해 결국에는 더 높은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다"면서 "인뱅 3사가 흑자를 내고있는 만큼 수익성은 증명됐고, 중신용자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인뱅뿐 아니라 건전성 버퍼가 충분한 시중은행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비보증 중신용자대출 공급 계획 규모는 평균 7380억원으로 인뱅 3사 평균(1조1633억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주부, 학생 등 씬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를 위한 대출 상품, 서민금융전용상품 등도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신용자들의 리스크와 관리비용이 큰 만큼 금리에 반영하는 것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연체율에 민감한 은행이 중신용자 대출을 무작정 확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실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거나 수익에 타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맞고,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해법 없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금리대출 확대 시 건전성 압박이 불가피한데, 김 실장의 지적처럼 은행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준공공기관 성격을 지닌만큼 건전성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부실률은 생각보다 높다"면서 "정교한 계산을 토대로 10~20% 수준의 높은 금리를 매겨도 손실이 많이 나는 구조여서 일부에서는 신용대출 규모 자체를 줄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곳에 프라이싱(금리)이 높아지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비용 상승으로 원가가 오르면 가격(금리)에 반영되는 것은 '경제정의'인데, 외려 그동안 돈을 잘 갚아온 성실한 금융소비자 전체가 그 위험과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은행이 중간위험을 다루는 능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이를 포용금융을 통한 장기적인 연속성에서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두는 던져졌다. 미래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는 '파이낸스'로 나아갈지, 과거 데이터에 매몰돼 '이자 장사'라는 비판에 머물지의 기로다. 당국과 은행, 시장의 긴밀한 소통과 로드맵 수립이 전제돼야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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