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다시 한 번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근거를 강조했을지 주목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상승세가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인 데다 세계 각국에서는 경제정책 수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주 지난달 29일 있었던 비통방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내놓는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언급했던 고승범 위원이 어떠한 의견을 피력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의록은 고승범 위원이 사실상 금융통화위원회 멤버로 남긴 마지막 독립적인 메시지다. 고승범 위원은 지난 5일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됐고 이후 지난 12일 열린 비통방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여했지만,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참여한 회의인 만큼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고승범 위원은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꼽힌다. 통상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의견을 피력할때 익명성을 보장하지만 고승범 위원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지난달 금통위 통방회의에서 언급한 바 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현재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일부 안건에 의결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며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만큼 금통위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진단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승범 위원이 가계부채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번 회의에서도 여전히 가계부채 심각성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9조7000억원 늘었다. 7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근거를 다시한 번 명확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여부를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가 오는 26일 예정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끝을 모르고 증가하는 가계부채의 억제 필요성,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 가능성 등이 대두하고 있어서다.
로이터 통신이 세계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5%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중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설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로버트 캐플린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10월부터는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관측을 내놨다. 미국의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연준이 정책금리 역시 끌어올리며 긴축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선다면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통상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에 투자된 외국인들의 투자금 유출 등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긴축이 다가오는 가운데 브라질, 러시아, 덴마크 등 일부 국가들은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