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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징계안 머뭇거리는 금융위…이유는?

  • 2021.09.01(수) 07:00

암환자 요양병원 입원비 미지급 건
금융위, 8개월 끌다 자문기구로 넘겨
경징계로 감경 가능성, 원점 회귀 우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한 중징계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융위 징계 결정이 통상 두 달을 넘기지 않는 암묵적 관행을 깨고 8개월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가 최근엔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법령심의위)에 공을 넘겨 버렸다. 업계에선 금융위가 삼성생명 제재 수위를 경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법령심의위는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 "의사의 자문 없는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은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령심의위의 의견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금융위가 그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삼성생명에 내린 기관경고 조치가 감경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기관경고는 금감원장 전결 사안이라 금융위는 이에 관여할 수 없다. 따라서 전례는 없지만 재제심이 다시 개최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 금융위가 금전 제재를 축소하면서 기관경고 자체가 재검토되는 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제심이 다시 진행되면 해당 안건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춰지거나, 아예 삭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암환자에 요양병원비 지급 안한 삼성생명 '중징계'"

이번 징계 결정건은 지난 2018년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생명보험사들과 보험 가입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면서 시작됐다.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가입자들의 주장이 맞다며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고 대부분 생보사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삼성생명은 일부 사례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주지 않았고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는 장기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하면서 삼성생명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금감원은 대법의 판결이 일부 사례일 뿐 일반화될 수 없다고 봤다. 또 말기 암이나 잔존 암, 암 전이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도 삼성생명이 이를 부당하게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2019년 종합검사를 통해 삼성생명이 500여건의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청구에 대해 부당하게 지급을 거절했다고 보고 2020년 12월 제재심을 열어 보험업법상 '기초서류(보험약관)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으로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제재심은 또 삼성생명에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하고, 일부 임직원에 대해 3개월 감봉·견책 징계를 내렸다.

기관경고는 금감원장 선에서 끝나지만 임원 징계나 과징금 등은 금융위 의결을 통해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삼성생명 제재안이 금융위 안건소위원회(안건소위)로 넘어간 이유다. 그런데 8개월이 넘도록 금융위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법령심의위로 넘긴 것이다.

이에 대해 심의 과정이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아 '왜' 지연되는지 제대로 된 이유도 알 수 없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위가 면피하려는 것으로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너무 무리했나…보험업계는 '혼란'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무리하게 제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감원으로서는 믿는 구석도 있다. 그간 제재심에서 올린 징계안이 금융위에서 뒤집힌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3년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건에서도 금감원의 감리결과에 대해 금융위가 재감리를 요구했지만 결국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위신이 선 바 있다. 

그럼에도 법령심의위의 결론이 삼성생명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금감원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특히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과 관련된 분쟁조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자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에 따라 생보사들이 보험금을 줬지만 앞으로는 삼성생명의 지급기준을 따라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암 보험금 외에 다른 중징계 건인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도 잇단 송사로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간 금융위와 불협화음 논란이 재점화될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이미 내부 분위기는 침울한 상태로 정은보 금감원장이 삼성생명 관련 보고를 받고 징계를 주도한 생명보험검사국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안건소위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라고만 말했다.

보헙업계 역시 금융위의 갈팡질팡하는 태도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당장 삼성생명은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위 의결이 늦어지는 만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 신사업 진출이 밀리고 있다. 만일 기관경고가 확정되더라도 그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결론이 나지 않아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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