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년 넘게 끈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제재안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요 징계안 2건 중 암 입원 보험금 부지급 건에 대해선만 기관경고(중징계)를 인정해 금융감독원의 면을 세워줬다. 하지만 계열사(삼성SDS) 부당지원 건에 대해선 제재 수위를 낮췄다. 금융위가 징계 의결을 미루는 과정에서 새어나온 '삼성생명 봐주기' 논란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26일 제2차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생명에 대한 조치안을 이같이 의결했다. 2020년 12월 금감원에서 기관경고 결정이 나온지 약 1년2개월 만이다. 당시 금감원은 암 입원 보험금 부지급, 계열사 삼성SDS 부당지원 등을 이유로 삼성생명에 대해 기관경고, 과징금·과태료 부과, 임직원에 대한 감봉·견책 징계를 결정했다.
암 보험금 부지급 삼성생명에 '중징계'
우선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암 입원 보험금 부지급 건에 대해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했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과 의료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사한 결과 지적된 총 519건 중 496건에 대해 약관상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보험업법을 위반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조치안 심의과정에서 법령해석심의위원회(법령심의위) 자문내용 등을 고려해 삼성생명의 보험금 부지급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근거에 기초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금감원이 개별 지적한 건에 대한 의료자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삼성SDS 부당지원 건에 대해선 삼성생명이 대주주인 외주업체(삼성SDS)와 용역계약 과정에서 지연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건에 대해 '조치명령'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냈다. 앞서 금감원이 올린 기관경고에서 제재 수위를 크게 감경한 것이다. 금감원의 제재안이 금융위에서 뒤집힌 것은 전례가 없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용역계약 관련 지연배상금 미청구가 결과적으로 위반대상 행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보험업법 규정으로는 제재가 어렵다고 봤다. 대신 향후 유사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 거래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생명에 이 같은 내용의 조치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통보 조치하고, 금감원은 금융위 의결 후 금감원장에 위임된 기관경고 기관 제재 및 임직원 제재 등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경징계로 뒤집었지만…
보험업계는 금융위의 이런 결정이 삼성생명 봐주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한다. 금융위는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해 10차례 이상 안건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금껏 금감원이 올린 제재안 결정이 1년 이상 지체되는 사례는 드물었다. 금융위가 삼성생명 제재 수위를 낮추거나 고의로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온 배경이다.
금감원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위가 암 입원 보험금 부지급 건에 대한 기관경고를 인정하면서 위신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금감원은 근거가 애매한 징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기엔 의미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쓴소리가 컸다. 내부에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소비자보호 기조에 맞춰 제재안을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감독당국의 자의가 개입해 금융사를 압박할 구실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금융위에서 삼성생명 대주주 거래제한 제재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건으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흥국화재가 최종 승소했다. 이미 유사한 건으로 중징계(기관경고)를 받은 한화생명은 더 엄밀히 법 논리를 따지겠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삼성생명도 향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고, 흥국화재와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금융위가 행정소송 시 패소 가능성이 큰 징계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단 제재 수용성을 높이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