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에 대한 추가 출자에 나선다. 통상적인 자본확충 차원으로 지난 3월에 이어 시중은행 대비 부진한 단순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에만 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최근 출자 빈도와 규모가 늘고 있지만 단순자기자본비율은 되레 제자리에 머물며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29일 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2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3월 3000억원을 투입한 후 올 들어 두번째 증자다. 이번 증자 역시 운영자금 활용 목적으로 농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금융지주가 출자금액을 모두 투입한다.
이번 출자 역시 농협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최근 유상증자를 꾸준히 실시하며 자본적정성 개선 노력을 지속 중이다. 지난 2015년 4000억원, 2018년 2000억원, 지난해 12월에는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해 들어서는 3월 3000억원을 포함, 두차례에 걸쳐 5000억원 가까이 투입했다.
올 상반기 말 현재 농협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은 4.31%로 주요 시중은행의 5~6%대와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순수 자기자본을 무형자산을 제외한 은행 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티어(Tier) 1(기본자본) 레버리지비율과 함께 은행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보통주만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산출하는 가장 보수적인 지표다.
단순자기자본비율은 3% 이상으로 규제되고 일반적으로 5% 이상이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은행은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수년째 4%대 초반에 머물면서 최근 연이은 증자에도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2019년만 해도 분기별로 4.3%대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지난해 말 4.24%로 떨어졌고, 올 1분기에는 4.15%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잇단 자본 확충에도 단순자기자본비율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하는 데는 자기자본보다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1조2819억원을 벌어들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17억원 늘었지만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 증가폭이 크지는 않았다. 농협은행이 8563억원의 순익을 벌긴 했지만 1조원을 훌쩍 넘어선 주요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한 탓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농업지원사업비 등 특수은행으로서의 부담을 지고 있는 데다 지난 상반기에는 가계대출 증가 등으로 출연금이 늘어나면서 비자이이익이 부진했다. 최근 가계대출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농협은행은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연이은 자기자본 확충으로 농협은행의 자기자본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농협은행의 은행계정 기준 상반기 자기자본은 18조3063억원으로 지난해 말 17조5172억원에서 18조원대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