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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원스톱' 힘 주더니…멸종위기 보험복합점포

  • 2022.02.12(토) 09:00

은행 방문고객에도 '권유 판매' 금지
한달에 10개도 못파는 암울한 실적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상품의 구조처럼 보험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보험복합점포가 조만간 자취를 감출 전망입니다. 은행·보험·증권사에 따로 찾아갈 필요 없이 한 곳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죠.

보험복합점포는 지난 2015년 8월 금융위원회가 은행이 있는 금융지주사가 운영하는 금융복합점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부스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도입됐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금융지주사 당 3곳까지 허용되던 것을 5곳으로 확대했죠. 금융지주사 내에 은행이 없는 경우에도 계열 증권사-보험사 간 보험복합점포 설립이 가능하도록 허용했고요.▷관련기사: '찔끔' 완화한 복합점포 규제…실효성 "글쎄"(2017년 11월29일)

하지만 도입 이후 약 6년 6개월이 지난 현재 금융지주사가 운영하는 복합점포는 고작 3곳에 불과합니다. 2018년 상반기에는 그나마 두 자릿수(10곳)였는데 신한금융지주가 사업을 접은 이후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만이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도 올해 7~8월쯤 점포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합니다.

보험복합점포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판매실적 저조'가 가장 큽니다. 보험은 전통적으로 '푸쉬(Push)' 영업을 하죠. 가입자가 상품을 찾아 점포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들이 고객을 직접 찾아나서 권유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보험복합점포는 외부에선 보험 영업이 불가능한 '아웃바운드' 금지 규제가 걸려있어요.

그러니까 은행이나 증권사 일을 보러 온 점포에 온 고객에게 보험 상품을 들고 직접 다가가는 영업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은행 직원이 창구에서 직접 보험 가입을 권하는 건 방카슈랑스 전용상품뿐이고요. 

은행-증권사 간 복합점포는 함께 차려둘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와 달리 보험복합점포는 은행-증권사와 별도의 출입문을 갖추고 이용토록 해야 합니다. 사실상 연계영업이 불가능한 한계를 설정해 두고 있는 것이죠. 은행 고객이 다른 문을 열고 들어와 직접 창구를 찾지 않으면 보험 판매가 불가능한 겁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복합점포 판매 건수는 월 평균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점포 운영비도 건지지 못한 셈입니다. 사업 효율성을 따지면 금융지주사들은 보험복합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 주도 아래 만들어진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결국 보험복합점포의 '멸종'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제는 보험복합점포에 대한 기초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며 "몇 안 되는 점포들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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