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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대출 노리는 인뱅, 약일까 독일까

  • 2022.03.22(화) 17:22

인뱅 3사, 연이어 소상공인 대출시장 노크
핵심 가계대출 성장세 둔화…불가피한 선택
소상공인 대출 위한 해결 과제는 산적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새로운 대출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면해오던 소상공인 대출시장이 새로운 무대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소상공인 대출시장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집중해오던 개인신용대출은 현재 여건상 예년과 같은 성장세를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어서다. 

본격적으로 순익을 내기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성장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 진출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소상공인 대출 시장 진출이 밝은 미래만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자금수요는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어서다.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에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오른쪽)과 이상훈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회장이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 제공

인뱅, 연이어 소상공인 대출 노크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전날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함께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대출 신청부터 입금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대출 출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현재 관련 대출상품 출시를 위한 시스템 작업 막바지에 돌입했고, 테스트 절차를 거친 뒤 조만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도 올해 소상공인 대출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혁신이 늦었던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부문에서 카카오뱅크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별도의 조직을 꾸려 하반기중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막내 토스뱅크는 이미 지난달 소상공인 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소상공인 대출의 핵심인 보증재단의 보증 대출상품은 아직 출시하지 못했지만 은행 스스로 소상공인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무담보, 무보증으로 대출이 가능한 상품을 내놨다.

왜 소상공인 대출일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해주겠다고 한 배경은 금융규제가 가장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단 지난해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전체 가계신용대출 중 일정부분(20%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울 것을 주문한 상황이다. 

가계신용대출은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들을 먹여살리던 핵심 영업망이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 대출중 리스크가 높아 부실가능성이 큰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우라고 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고신용자 대비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는 있지만,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거둘 수 없다. 아울러 비중을 맞춰야 하니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적극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총량관리로 인해 연간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의 총액은 한정돼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모수가 되는 전년도 대출잔액이 적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당국이 내건 4~5%보다 더 많이 가계대출을 늘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 대출을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성장을 위한 마지막 디딤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통상 중소기업대출로 구분된다. 가계부채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자금난에 빠진 소상공인들이 많아 자금수요가 많다. 

실제 지난해 말 KB금융연구소는 '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를 통해 소상공인 72%는 앞으로 대출을 받을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이 원하는 대출 규모는 5000만원~1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토스뱅크가 소상공인 대출을 출시한지 한달여만에 1100억원이 넘는 대출이 나간 것도 소상공인들의 대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이후 사실 가계신용대출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먹여살렸다"며 "대표적인 상품이 마이너스 통장, 비상금 대출 등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전 금융권에서 가계신용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거래에는 모든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공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충분히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뱅에 약일까 독일까

문제는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대출 수요는 여전하지만, 동시에 매출 감소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부채를 갚아나갈 여력이 부족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당장 금융당국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정책을 연장한 것 역시 소상공인들이 빚을 감내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월까지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혹은 소상공인에게 내어준 대출잔액은 427조8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중 120조 가량은 금융당국이 2020년 내놓은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등의 금융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소상공인 대출중 4분의 1가량은 현재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부실률이 높은 대출이라는 얘기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에 다달은 이후 방역당국등이 소상공인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당장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 건 이유도 피해 회복에는 상당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는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금융당국도 이를 우려해 주요 시중은행들에게 대출 부실화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충당금을 대거 쌓을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출시 초기에는 연체 등 부실률이 극히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률은 높아진다"며 "현재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교한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이를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대출의 부실률을 낮춰 줄 수 있는 보증부 대출 상품을 즉각 인터넷전문은행이 출시하기 쉽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통상 소상공인 대출은 지역 신용보증재단 등 보증재단의 보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많다. 지역 보증기관에서 보증을 서주는 만큼 은행은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가장 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출 취급시 보증부 대출 상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은행과 보증기관과의 협약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 등이 마련돼야 한다. 당장 보증부 대출상품을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하지 못하는 이유다. 

은행 관계자는 "보증기관 대출을 받기 전에 서류심사, 현장실사, 보증승인 등의 절차 등을 거치는데 모두 보증기관의 인력이 직접 투입돼야 한다"며 "보증기관에서 자료를 은행에 넘겨주면 대출이 진행되지만 은행과 보증기관과의 협약도 필요하고, 은행의 현장실사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시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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