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저축은행업권을 향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다른 업권에 비해 대출 차주들의 리스크가 더욱 높은 만큼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저축은행 업계에 과도한 자산 성장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시장금리가 높아지고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에서 탈락하는 금융소비자가 저축은행을 찾더라도 종전만큼 쉽게 대출을 내주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 연수실에서 14개 저축은행업계 대표들과 만나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각 금융업권 CEO들과 연이어 회동을 이어갔는데, 저축은행업권 CEO들과의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상견례를 끝냈다.
그간 이복현 금감원장은 다른 업권 금융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시장금리 상승,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번 저축은행 CEO들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복현 원장은 "엄중한 경제, 금융상황과 저축은행의 영업특성 등을 고려할 때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리스크에 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저축은행업계에 주문한 리스크 관리는 다른 업권에 비해 더욱 다양했다. 금융부실이 현실화 할 경우 저축은행을 필두로 한 제2금융권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복현 원장은 저축은행 업권에 과도한 자산 성장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른 업권에는 주문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복현 원장은 "저축은행 업계는 2011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라면서도 "최근 들어 건전성지표인 BIS비율이 하락 추세에 있어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BIS비율 하락의 주요 원인은 당기순익, 자기자본이 증가했지만 지난 3년간 총자산이 연평균 20%나 급속하게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건전성을 훼손할 정도로 과도하게 자산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영계획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은행권 대출문턱이 높아 은행에서 탈락되는 고객이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종전보다 깐깐하게 차주들을 심사해 달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잔액은 올해 1분기말 기준 3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33조5000억원에 비해 4조8000억원 늘어났다. 증가율로 따지면 14%로 은행권의 6% 수준보다 두배 이상 높다.
이와 동시에 저축은행 업권의 경우 고객 특성상 다중채무자가 많고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해 둔 발언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풀이다.
이복현 원장 역시 "가계대출 중에서는 다중채무자 건전성 관리강화가 필요한데 저축은행 가계대출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이미 높은 수준이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적극적으로 늘려온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였다.
이 원장은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부동산 관련 대출로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PF대출 사업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건설원가 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부동산금융 관련 리스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은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전체 기업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PF대출은 PF사업장의 공사 중단 혹은 지연 가능성에 대비해 현장실사 등 점검주기를 단축하고 공정률 분양률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철저히 해달라"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저축은행 업권 특성을 고려해 예금과 적금 등 수신관리에도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저축은행 업권은 은행 등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고객들이 찾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은행과 달리 장기간 금액을 예치해 두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가입자의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시점에 자금이 한번에 빠져나가 유동성 위기가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나서달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현재 유동성 상황은 양호한 수준이나 경기상황이 급변할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 과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예금 상품과 만기구조를 다변화하고 예외적인 유동성 경색 상황에 대비한 비상조달 계획도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