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에서 터진 잇단 사고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법적 제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비쳤다. 최근 금감원이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판결을 대법원에 상고한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 원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권 대규모 외환 거래와 관련해선 추가 검사를 시사했다. 취임 후 파악한 금감원에서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금융시장 안정'이라고 꼽았다.
이복현 원장은 취임 후 2개월여 만인 16일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우리은행 횡령을 비롯한 금융 사고 관리감독 책임을 해당 임직원 중 어느 선까지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 등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한 추궁이 전혀 안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모든 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되고 경영자들이 소극적으로 금융기관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수긍 가능한 내용과 범위가 아니라면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처분 취소청구소송 2심 판결에 대해 상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금감원, 우리금융 손태승 문책소송 "끝을 보자"한 이유(8월11일)
당시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대법원 판단을 통해 내부통제 관련 법리를 명확하게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판결선고 이후에는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금융권 내부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해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 사고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누구까지 책임질지 정해두라'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킥오프(8월12일)
이 원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은행권 대규모 이상 외화거래 검사에 대해선 추가 검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원장은 "(자체 점검한 다른 은행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규모의 외환거래가 있다면 검사를 나가야 할 것"이라며 "다만 제재나 징계 문제로는 아직 모양이 잡혀있지 않고 제도 개선 등 내부 통제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드러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시중은행장들부터 만났던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이 가장 앞에 둬야할 과제로 금융시장 안정을 꼽았다.
이 원장은 "현 상황에선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이 과제"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챙기지 않았다면 조금 어려웠을 수 있겠다는 부분들이 불과 몇 주 후 체감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지금까지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현장을 돌 때) 코로나에 수해도 겹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금융기관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차주들이 안착할 수 있을지 등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어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