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불안전판매, 직원 횡령 등 잇달아 발생한 금융권 사건‧사고를 뿌리뽑기 위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내부통제 관련 사안은 제도적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규제의 실효성도 더욱 높여가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김용재 금융위 상임위원 주재로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선 금융권 내부통제 운영실태 문제점과 해외 주요국 내부통제 운영사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는 올 3월 우리은행 본점 직원의 약 700억원에 달하는 자금 횡령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경고 등 처분 취소청구소송 2심 판결에 대해 금감원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하는 등 금융사고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 있었다. ▷관련기사: 금감원, 우리금융 손태승 문책소송 "끝을 보자"한 이유(8월11일)
금융위 관계자는 "개별 위법 행위자를 제재‧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금융회사 차원에서 임직원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일부의 일탈이 금융사 손실과 소비자 피해는 물론 금융권 전반의 신뢰하락을 초래해 내부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사나 임원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내부통제는 장래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줄이는 등 목표달성을 위해 임직원 업무처리와 행위 등과 관련해 스스로 마련‧운영하고 준수해야 하는 각종 기준과 절차를 뜻한다. 모든 금융사가 내부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회사별로 수준과 범위에 차이가 있다. ▷관련기사: 끊이지 않는 횡령에 휘청거린 은행권…인뱅은?(8월12일)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금융사에 대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회사뿐 아니라 담당 임원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해 금융사가 내부통제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최소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규정체계는 금융사 내부통제를 외부통제로 규율하는 방식이어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를 구축‧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불확실성과 실효성 관련된 쟁점이 제기돼온 것이 사실이다.
사고 발생시 누구까지 책임질 일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고, 이 탓에 금융사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입장에서는 사고시 제재에 방어적 태세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이번 제도개선 TF는 내부통제제도 운영 실태와 입법취지 구현을 위한 바람직한 규율방식, 실효성 확보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논의할 계획이다.
우선 금융사 내부통제 운영실태가 내부통제에 대한 규율과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한다. 내부통제 규정 입법취지와 실제 운영 실태 간 괴리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점검과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제도적으로는 내부통제 규정 목적달성을 위한 최적의 규율방식을 찾는다는 목표다. 현행 '규정중심' 규율체계에서 각 금융사가 최소한으로 구비해야 할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 구체적 열거사항은 최소화하고 주어진 원칙 아래 세부사항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하는 '원칙중심' 규율방식 병행 혹은 전환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내부통제 적용범위, 권한과 책임구조 등을 명확히 인식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특히 금융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지고 책임소재를 어떻게 구분‧판단할지 등 명확히 해 내부통제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TF는 해외사례와 금융권 실제 운영실태 등을 조사‧분석하고 범금융권 간담회 등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내부통제 운영업무에 정통한 법조계와 업계로 구성된 작업반, 전문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학계 중심 심의회 등 이원적 구조로 구성한다.
첫 회의를 주재한 김용재 상임위원은 "내부통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지적 위험요인이 순식간에 전사적으로 확대‧전이돼 금융사 건전성이 훼손되고 막대한 소비자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각 금융사가 필요한 내부통제체제를 갖추고 작동시킬 수 있는 완결성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