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부동산 리스크와 다중채무자 대출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금융위의 조치로 특수목적법인(SPC)을 내세워 부동산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우회하는 관행에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저축은행도 내년부터 상호금융이나 카드업권처럼 다중채무자한테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이런 조치가 건전성은 키울 수 있지만 대출 문턱은 더욱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27일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강화를 위한 상호저축은행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까지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향후 금리 인상 및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외부 충격 발생시 취약 차주 비중이 높은 업권 특성상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먼저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 규제를 한층 강화된다. 현재 저축은행은 신용공여 총액 대비 부동산 관련 업종 신용공여 비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공여도 각각 30%, 30%, 2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신용공여는 금융거래에서 타인에게 재산을 일시적으로 빌려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SPC가 금융업으로 등록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아 규제를 빠져나가는 것도 막을 계획이다. 부동산 PF 대출 등에서 명목상 차주가 SPC(특수목적법인)인 경우 SPC 기준(통상 금융업)으로 차주 업종을 구분해 신용공여 한정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에 명목상 차주가 아닌 실제 원리금 상환의무가 있는 실차주 기준으로 업종을 구분하도록 방식으로 부동산 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차주가 SPC인 경우 실체없이 지점 등기만 영업 구역 내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지역 의무여신비율(서울·인천·경기 50%, 그외 40%)을 빠져나가는 업계의 관행도 있었다.
금융위는 이런 관행 때문에 지역 금융 활성화 등을 위한 영업구역내 의무여신비율 입법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영업구역 내에서 실질적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지점은 신용공여에서 제외해 지역 금융 활성화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5~6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고객의 대출분에 대해 충당금 요적립률(필요 적립률)의 30%를, 7개 금융기관 이상 다중채무자 대출의 경우는 50%를 추가 적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이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미리 충당금을 쌓아놓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저축은행 대부분은 자산건전성 분류(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따라 최저 적립 수준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여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다른 2금융권은 이미 이같은 규정이 마련돼 있다. 상호금융권은 5개 이상 금융기관의 대출을 갖고 있는 차주의 대출에 대해 130%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신용카드사도 장기카드대출 잔액을 보유한 고객에 대해 충당금 130%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사) 대출 비율은 75.3%로 캐피털(59.6%), 카드(54.5%), 상호금융(35.3%) 등을 훨씬 웃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 조치가 없었다"면서 "감독규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 저축은행 건전성에 우려 없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측면에서는 리스크에 선제적 대응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럴 경우 대출 문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충당금을 더 쌓는다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예상손실을 더 높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 그래도 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는데 앞으로 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는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