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가 수협금융지주를 출범시키기로 확정했다. 사업 확장의 족쇄였던 공적자금 상환을 마무리하면서 여력이 생긴 만큼 새로운 먹거리로 금융업을 점찍은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23일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을 열고 '수협 미래 비전'을 선포하면서 내년 3분기중 금융지주 설립을 요건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협중앙회 21년만에 '공적자금 굴레' 벗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경영위기에 처하자 2001년 정부로부터 1조1581억원을 수혈받았다. 국제 금융위기에 어업인들의 '자금'줄인 수협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자구책이었다.
이후 수협은 이 공적자금에 굴레에 갇혀 신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돈을 벌어도 일단 국가에 진 빚을 우선 갚아야 해서다.
수협은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핵심계열사인 수협은행을 2016년 신경분리했다. 이후 수협은행으로 부터 배당을 받아 오는 2028년까지 공적자금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수협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남아있던 공적자금 7574억원을 올해 중 국채 매입을 통해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수협은행의 보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간 수협은행이 번 돈은 수협중앙회에 배당돼 대부분 공적자금 회수에 사용됐다.
그런데 수협이 공적자금을 국채매입 방식으로 일시상환하겠다고 변경하자 수협은행으로부터 이익이 나면 이를 온전히 신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협중앙회의 큰그림…'수협금융지주'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 상환 이후 점찍은 핵심사업은 '금융업'이다. 수협금융지주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은 당장 내년부터 곧장 가동된다.
이날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어업인을 비롯해 전국 91곳의 수협조합 지원 확대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다"라고 말했다.
방식은 농협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금융을 비롯해 노량진수산, 수협유통, 수협사료 등의 사업은 수협중앙회가 현행대로 관리하거나 경제지주를 설립해 관리하고 온전한 금융업은 금융지주를 설립해 지분 100%를 수협중앙회가 보유하는 방식이다.
일단 이날 수협중앙회가 내건 금융지주 설립은 수협이 수협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은행지주회사 출범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은행지주회사를 출범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은행 외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금융회사를 보유해야 한다.
현재 수협중앙회가 지분을 쥐고 있는 금융회사는 수협은행뿐이다. 이에 따라 비은행계열사를 못해도 한 곳은 추가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협은행이 카드발급을 하고는 있지만 카드사를 분할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금리 상승 등으로 카드사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주 설립을 위해 카드사를 분할할 경우 비용만 나가는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수협은 내년 상반기까지 자산운용사와 같은 소형 비은행 금융회사를 우선적으로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금융지주 설립 요건만 갖추면 곧장 금융위원회에 지주설립을 요청하기로 했다. 수협은 이와 같은 금융지주 출범 첫 발걸음을 내년 3분기 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협이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큰손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순익규모도, M&A에 쓸 수 있는 실탄 규모도 지방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금융지주의 핵심인 증권사, 보험사 인수는 대형금융지주들도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기 때문에 금융지주 체제 안착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