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과 임대사업자 규제를 완화하는 부동산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출자 금융기관에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 방식으로 최대 2조5000억원까지 유동성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6조원 RP 매입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유동성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모두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에서 촉발된 자금시장의 경색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다. 연말을 거치며 금융시장에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총력 태세다. ▷관련기사: [레고랜드 금융대란]⑤한은의 대응 스텝…'살금? 충분?'(10월2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함께 참석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열린 백브리핑에서 RP 매입이 한은의 통화 긴축 기조와 상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이 통화정책 전달경로에서 매우 중요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달 6조원 지원과 마찬가지로 이번 지원을 통해 공급된 유동성은 RP 매각 후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곧바로 흡수할 계획이기 때문에 (한은 긴축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엔 채안펀드가 확대되면 더 낮은 등급의 CP(기업어음)를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경색과 불안심리를 안정시켜 통화정책 정상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용위험이 낮은데 RP 매입 금액을 50%로 제한한 것이 왜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은 금융기관 내 자체 금융지원도 있는 것이 책임을 공유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은이 전액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은행권의 신용경색 우려에 대해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해외 요인뿐 아니라 비은행권에 대한 신용경색은 배경은 개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 있다"며 "최근 1년 동안 예상치 않았던 사건들로 인해 부동산 관련 증권거래 등 과도하게 신뢰가 상쇄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부도나 미분양 가능성 등은 과거 평균보다 굉장히 낮은 상황"이라며 "유동성 대책을 통해 연말까지 잘 해결하고, 소프트랜딩(연착륙) 해 부동산 문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1년 내외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 요인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해외에서 유가가 추가 상승한다거나, 미국이나 유럽 경기가 더 나빠진다거나, 다음 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이 예상한 금리인상 폭인 0.5%bp(1bp=0.01%포인트)를 더 크게 상회한다든가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해외 리스크 전반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상황에서 금융 리스크가 터질 확률이 커졌다고 해석해야지, 국내 요인에 의해서만 국내 상황이 악화됐다는 식의 해석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의 원인으로 '레고랜드 사태' 같은 대내적인 요인보다는 대외적 변수가 크다고 강조한 셈이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58.3%로 지난 5월 대비 31.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한 비율은 크게 하락(32.1%→5.6%)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대책 발표 이후 다른 시장은 안정됐는데 단기시장, CP 시장이 안정이 안 된 상황에서 연말 자금 사정 고려해 사전적으로 유동성 대책을 발표했다"며 "위기가 해외요인으로 오더라도 국내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를 주재한 추 부총리는 이날 연내 부동산 추가 규제완화 대책을 예고했다. 정부는 내달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와 등록임대사업자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 저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린 것과 관련해 저성장 충격은 어떻게 대비하냐는 질문에 "다음 달 하순경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개할 예정"이라며 "현재 여러 대내외 경제 변수도 짚고 있고 정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2.2% 전망치를 지난 27일 1.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기존 2.1% 전망치를 24일 1.7%로 내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3% 전망치를 10일 1.8%로 조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경제성장 정체인데 고물가 지속…내년도 암울(11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