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여년 만에 보험업계에 다시 돌아왔는데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많이 달라져 있어야 하는데, 4차 산업 혁명시대에 보험이 선두에 서야 하는데, 그냥 그자리에 있는 느낌이 들어 서글펐다"
올해 처음 열린 보험개발원 간담회는 허창언 원장의 쓴소리로 시작됐다.
사람(설계사)과 종이(청약서) 위주의 인지(人紙)산업에 머무르고 있는 보험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고민이 그대로 나타났다. 디지털 혁신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배경이었다.
14일 열린 간담회에서 허 원장은 보험개발원 '본연의 기능'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접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1983년 손해보험요율산정회로 출범한 보험개발원은 보험요율 산출과 보험상품 개발, 통계 관리·이용 등 업무를 맡고 있다. 한 마디로 데이터를 다루고 가공하는 게 전문인 기관이다.
보험개발원이 자체 빅 데이터와 다른 기관의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상품개발·고객관리·채널분석'에서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를 제시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대 보험정보와 금융정보가 합쳐지면, 소득수준별 금융상품 가입현황을 분석하고 소비자 노후소득 부족시 장수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 출시가 가능해진다.
이런 '빅데이터 연계·융합, 인슈어테크(InsurTech)를 통한 디지털 대전환 대응'은 보험개발원이 앞으로 추진할 5가지 주요 사업 중 가장 첫번째로 꼽혔다.
이를 위해 △인슈어테크팀 △모빌리티지원팀 △자동차 수리비 온라인서비스(AOS)혁신팀 등 3개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13명의 신규 보직자를 발탁했다. 10년내 가장 큰 세대교체로 "미래 기술변화를 선도적으로 보험산업에 적용시키겠다"는 허 원장의 뜻이 반영된 인사와 조직개편이다.
허 원장은 특히 "AOS플랫폼을 통해 보험사 손해사정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간 자동연동, 과실비율 협의 등 자동차사고 과실협의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게 핵심이다.
또 AI견적 서비스를 정비공장과 소비자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손상 차량 사진을 촬영하거나 손상부위를 선택하면 추정 수리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보상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회계·감독제도(IFRS17, K-ICS) 시행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 경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종합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키로 했다. 고령사회 대응을 위해선 보험사와 협업을 통해 유병자 위험률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간편고지 위험률 산출·관리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허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보험개발원이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험산업이 디지털 산업으로서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혁신 성장의 동반자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