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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①생·손보 싸움 붙인 IFRS17…누구냐 넌

  • 2022.03.01(화) 06:10

IFRS17 내년 도입…보험부채 '원가'서 '시가'로
법인세 기준도 달라져…'혼선' 속 밥그릇 다툼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내년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개정되는 법인세 기준을 자기 쪽에 더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물밑 싸움'입니다. 특히 손보업계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IFRS17부터 법인세까지 구석구석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수백억대 돈이 달린 문제이고,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도 내야 할 보험료가 달라질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이슈입니다. 자세히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IFRS17이란?

우선 IFRS17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IFRS17은 보험사가 회계장부 작성시 지켜야 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의미합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죠. 보험부채란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책임준비금을 말합니다.

현행인 원가 평가는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10년전이든, 20년전이든 그때 기준으로요. 하지만 IFRS17의 시가 평가는 결산기마다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를 반영해 보험부채를 계산합니다. 현재 가치로 부채를 재산정해 회계에 넣도록 한 겁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보험금 100만원을 줘야 하는 보험을 하나 팔았다고 가정합니다. 전체 보험계약 기간은 10년으로 합니다. 언젠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니 보험사는 100만원 만큼의 보험부채를 쌓아야 하죠.

지금까지는 회계장부에 100만원이란 보험부채를 계약기간 매년 반영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IFRS17 체계에서는 매 회계연도 말마다 보험부채의 현재 가치(시가)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결산 시점의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에 따라 부채가 110만원으로 계산될 수도, 90만원으로 계산될 수도 있죠.

IFRS17 기준이 적용되면 이렇게 해마다 보험부채가 달라진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보험사가 쌓아야 하는 책임준비금 규모도 그때그때 바뀝니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보험료를 굴려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는 적립금(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합니다. 적정 기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도 늘려야 하구요.

이처럼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다양한 리스크를 더 정교한 방식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보험사 재무상태의 '민낯'이 생생하게 드러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회계기준 변경 → 자본확충 부담 →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조정 → 예정이율(예상운용수익률) 변경 → 보험료 인상·인하' 고리가 완성되니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10여년 만에 보험업 기준도 확정

2021년 7월5일 보험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보도자료/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그래서였죠. 보험업계는 IFRS17 적용을 최대한 미루려고 했습니다. 특히 생보사들은 과거 고금리를 약속하고 팔아둔 저축성 상품이 많아 우려가 컸거든요. 기존에 약속한 고금리를 바탕으로 할인율(이자율)까지 반영해야 해서 보험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은 부채대비 적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건전성을 따지는데요. 이런 이유로 부채가 갑자기 늘어나면 그에 따라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죠. 자본을 갑작스럽게 확충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보험사들은 회계제도 변경으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나죠.

2011년 국제회계기준인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단계적으로 나눠 유예기간을 둔 이유입니다. 보험사들은 도입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말자는 쪽으로 불만을 계속 제기해 왔고요.

하지만 IFRS17 도입은 국제적인 약속이었고 중간에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방편으로 건전성 자본부담을 완화해 주면서 업계도 시름을 덜었고 지난해 6월 IFRS17 회계 기준서가 확정 됐습니다.

바뀐 회계기준에 맞춰 세금도?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도 이에 맞춰 보험사의 법인세 부과 기준도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는 겁니다. 세금은 이익(수익-비용=이익)이 잡히는 만큼 부과됩니다. 현재 보험사가 내는 법인세는 회사가 가입자에게 거둬들인 수입보험료(수익)에서 보험부채인 책임준비금 등(비용)을 차감해 당기순이익을 구한 다음 세무조정을 거쳐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산출, 세금을 납부합니다. 

보험부채를 언젠가 지출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한 건데요. 그런데 IFRS17에서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다만 세법에서는 평가방식이나 평가 가정 변화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렇게 매년 변할 수 있는(시가 평가) 부채를 비용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거죠. 그러니 혼선이 발생하고요. 

수익 인식 방식도 다릅니다. 지금은 수익을 현재가치에 대한 평가없이 전체 보험계약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하는데요. IFRS17에서는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시가로 평가해 전체 보험계약 기간에 걸쳐 인식합니다. 바뀌는 보험사 회계체계와 현재 세무체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기준이 다르니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당연히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 합니다. 갈등은 생보사와 손보사 각각 상품 포트폴리오와 자산운용 구조가 달라 각자 유리한 법인세 계산법이 따로 있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진짜 싸움 얘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②생·손보 '세금전쟁' 쟁점은 법인세(3월2일)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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